[ET시선]정쟁에 멈춘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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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 정치정책부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한 달 가까이 공전하면서 국회가 사실상 '반쪽 국회'로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상임위원회를 단독 가동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원 구성 재협상을 요구하며 상임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여야 모두 상대 책임을 주장하는 가운데 국회는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3개 상임위가 국민의힘 없이 전체회의를 열었다. 정부 업무보고가 진행됐고, 간사 선임과 소위원회 구성도 의결됐다. 문체위는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 실시 계획까지 처리했다.

상임위는 본래 법안과 정책을 놓고 여야가 토론하고 수정하며 합의를 모색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입법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한쪽이 빠진 채 진행되는 회의가 반복된다면 국회의 심의 기능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스스로 국회를 떠났다고 주장한다. 다수 의석을 가진 원내 1당으로서 국회를 마냥 멈춰 세울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정부 출범 이후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과 국정 과제가 적지 않다. 상임위가 장기간 멈춰 설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파행의 원인을 민주당이라고 반박한다.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입법 추진을 위해 법사위원장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대치가 단순한 자리다툼을 넘어 국회 전체의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무위원회에서는 홈플러스 사태 청문회가 추진되고 있고, 다른 상임위들도 민주당 단독 운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국회는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실제로는 여야가 따로 각자 정치만 하는 구조로 흘러갈 수 있다.

현재 국회는 원 구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 정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불참을 비판하고, 야당은 여당의 독주를 비판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작 국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국회를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상임위원장 선출도 이미 마무리됐다. 하지만, 국회의 역할은 단순히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데 있지 않다. 다수당의 책임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뿐 아니라 야당과의 소통 창구를 유지하는 데도 있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원 구성 협상에 불만이 있다고 장기간 상임위 참여를 거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견제를 위해 국회에 들어온 정당이 견제를 이유로 국회를 떠나는 모습은 국민 입장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회의장 안에서 싸우는 것과 회의장 밖에서 거부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제헌절 이전 원 구성 마무리를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국회는 여야가 서로를 설득하고 견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상대를 배제한 채 운영되는 국회도, 참여를 거부한 채 비판만 하는 국회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22대 국회 후반기 출발은 어느 때보다 순탄치 않다. 그러나 국회가 계속 반쪽으로 운영된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여야가 아니라 국민이다. 민주당은 다수 여당의 책임을, 국민의힘은 제1야당의 책임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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