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무서워진 이사회...상장사 5곳 중 1곳 투자 결정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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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상장사 5곳 중 1곳이 상법 개정 이후 법적 검토 강화로 주요 투자 의사결정을 지연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충실의무 확대에 따른 소송 부담이 이사회 운영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개정 1년, 경영환경 변화와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84.3%가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운영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법무·준법팀의 사내 검토 절차를 신설·강화했다는 응답이 47.0%로 가장 많았다. 외부 전문가 자문을 확대했다는 응답은 45.7%, 이사별 찬반의견을 이사회 의사록에 상세히 기록한다는 응답은 43.7%로 뒤를 이었다.

이사회 운영 변화가 경영에 미친 영향으로는 10곳 중 4곳(39.6%)이 의사결정 책임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10곳 중 2곳(22.4%)은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와 의사결정 지연 등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다.

상장기업 과반인 53.7%는 이사충실의무 확대 시행 후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 우려가 커졌다고 답했다. 우려가 줄었다는 응답은 6.0%에 그쳤다.

투자·사업재편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는 응답기업 21.7%가 법적 검토 강화로 결정을 지연하거나 보류·취소했다고 밝혔다. 지연·보류된 의사결정 중에는 신사업과 M&A 등 신규 투자·사업 진출 관련이 30.8%로 가장 많았다. 재무·자본 조달(18.5%), 임원 선임·보수(16.9%) 등이 뒤를 이었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중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곳은 16.0%에 그쳤다. '내부 검토 중이나 조치 착수 전'이라는 응답이 34.0%로 가장 많았다.

내년 7월 말까지 독립이사 비율을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높여야 하는 자산 1000억~2조원 상장사 중에서는 47.2%가 이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기업 중 52.8%는 후보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대상 기업 중에서는 35.1%가 소각이나 처분계획 승인을 완료했다고 답했다. 나머지 64.9%는 아직 대응 중이다. 소각 의무화는 M&A 대응 전략 변경(24.0%)과 주주환원 정책 명확화(21.1%)로 이어졌다는 응답이 많았다.

기업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이사충실의무 가이드라인 보완(37.3%)을 꼽았다.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20.3%)도 뒤를 이었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무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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