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창업생태계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벤처스튜디오 제도화를 위한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제도 밖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던 컴퍼니빌딩 모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후속 작업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개선이 아니라 우리나라 창업 정책 패러다임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의미 있는 시도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을 보면 벤처스튜디오 개념과 요건이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벤처스튜디오는 창업기획자가 예비창업자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출자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창업기획자는 해당 기업 지분 50% 이상을 투자하되 최소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원칙적으로 7년 이내에 회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필요시 1년 연장도 가능하도록 검토되고 있다. 또 인수합병(M&A)을 통한 지분 인수나 보유 기간에 일부 지분매각, 증권시장 상장(IPO) 등 다양한 회수 방식도 허용하는 방향이다.
단순히 지분만 보유하는 구조도 아니다. 창업기획자는 해당 기업에 인적·물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계열회사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울러 운영계획, 이해상충 방지체계, 사후보고 체계 등 관리체계까지 갖추도록 하고 있다. 벤처스튜디오가 단순한 투자회사가 아니라 창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문조직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려는 취지다.
초기창업기업 인정 범위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창업지원법 고시 개정을 통해 벤처스튜디오 방식으로 설립된 자회사도 초기창업기업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지배기업으로 인해 제외되는 대상에서 창업기획자를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벤처스튜디오 기업이 기존 창업지원 제도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다.
투자의무비율 역시 현실에 맞게 개선될 예정이다. 벤처스튜디오 자회사를 초기창업기업으로 인정해 창업기획자의 투자의무비율 산정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창업기획자가 직접 기업을 만들어 성장시키는 활동 역시 초기투자의 중요한 형태라는 점을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등록제도다. 앞으로는 벤처스튜디오형 자회사를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하는 절차가 마련될 예정이다. 창업기획자가 투자계획과 회수계획 등을 제출하면 정부가 컴퍼니빌딩 요건 충족 여부, 지분 보유 및 회수계획, 창업기획자 자격 등을 확인한 뒤 등록하는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제도의 투명성과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방향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제도화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과제가 더 남아 있다. 벤처스튜디오를 제도적으로 인정했다면, 그에 맞는 성장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정책금융과 지원사업은 독립 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하고 외부 투자자가 투자하는 구조를 전제로 설계됐다. 반면에 벤처스튜디오는 창업기획자가 공동창업자이자 초기 투자자, 사업개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창업 과정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성장지원 체계 역시 그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모태펀드에서는 벤처스튜디오를 육성할 수 있는 전용 출자사업이나 별도 투자계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TIPS 역시 벤처스튜디오형 기업 특성을 반영한 심사기준이나 운영 트랙을 마련한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제도적으로 인정한 창업모델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액셀러레이터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창업을 지원하는 나라를 넘어 창업을 함께 만드는 나라로 발전해야 한다. 벤처스튜디오는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제도화 논의가 시행령 개정에 그치지 않고, 투자와 보육, 기술사업화, 정책금융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창업생태계 기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창업 정책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