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데이터를 모으자

AI 시대, 성공의 열쇠는 데이터의 양과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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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원장

데이터 몸값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지난해 메타는 데이터 가공 기업 '스케일AI'에 143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창업자를 영입해 초지능 연구를 맡겼다. 좋은 데이터와 그것을 다루는 인재를 한꺼번에 사들인 셈이다. 2024년 구글은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 사용을 위해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게시글을 한 해 약 6000만달러 규모로 투자했고, 오픈AI도 유력 언론사들과 잇따라 콘텐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잘 다듬어진 양질의 데이터가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이 이 순간에도 증명되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 분야라고 다르지 않다. 데이터 분석은 물론 논문을 함께 쓰는 일까지 AI가 연구 곳곳에 스며드는 AI 대전환(AX) 시대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도 그것을 다루고 방향을 정하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AX 시대 진짜 경쟁력이 '인재'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리고 인재 경쟁력은 상당 부분 '데이터'에서 결정된다. 누가 어떤 역량을 갖췄고 어디에 빈틈이 있는지를 데이터로 읽어내야 인재 양성도 비로소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인재 양성 패러다임은 이미 옮겨가고 있다. 과거의 인재개발이 '좋은 교육을 공급하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데이터로 읽고 맞춰 주는 일'로 무게중심이 이동 중이다.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국가 전략 과제로 내건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인재를 길러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 곧 기술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재정책 역시 직관과 관행이 아닌 근거 위에서 움직여야 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적 변화는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해답을 준다. 지금까지 교육기관은 수료생 수나 만족도처럼 쓸 곳이 분명한 수치만 데이터로 여기고 정작 한 사람의 성장을 보여주는 비정형 데이터-강의 현장의 질문과 답변, 교육생 반응, 시스템의 학습 기록-은 모이지 못한 채 사라져 갔다. 하지만 AX 시대에는 어떤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쓰일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즉 '활용'을 따지기보다 '축적'을 먼저 해야 한다. 쓸모를 따진 뒤에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든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이 기관 내부 정보부터 정책·통계 같은 외부 정보까지 폭넓게 모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료생별 학습 이력부터 학습 플랫폼에 쌓이는 기록까지 무엇이 모이고 있는지 그리고 AI 학습에 쓸 수 있는 데이터는 무엇인지 현황을 파악하고 축적하는 중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과학기술 인재 분야에서 다른 어떤 기관도 갖지 못한 독보적인 강점이 될 것이다.

데이터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닌 조직의 존재 그 자체다. 모으지 않은 데이터는 영원히 사라지며 그 공백은 경쟁자의 지능으로 채워진다. 경쟁자의 AI가, 타국의 플랫폼이, 더 일찍 준비한 이들이 그 빈자리를 점령한다. 풍부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가진 조직은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빠르게 판단하며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제 데이터의 축적은 공공기관, 기업, 국가 차원에서 전력을 다해야 할 과제가 됐다. 데이터를 향한 이 첫걸음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연료가 될 것이다.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시대가 주는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첫째 조건, 지금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된다.

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원장 baetmin@kird.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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