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CES 2020이 개막한 7일(현지시간) 전시장을 둘러본 후 만난 몇몇 인사들의 평가다. 무릎을 탁 치는 아이디어, 이른바 '신기한 제품'을 보려면 대기업 부스가 아닌 스타트업 중심의 유레카 파크 전시존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알게 모르게 불편한 점을 개선한 제품과 서비스가 부스마다 즐비해서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면에 전시장 중심을 차지한 대기업 부스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분위기다. 특히 매년 CES를 직접 관람했다면 더욱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기업이 항상 이를 충족시켜 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시장이 너무 넓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참가 기업도 많아 모든 전시를 다 깊이 있게 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많은 제품 속에서 흙 속의 진주를 캐내고 싶은 기업, 그 진주가 되고 싶은 기업의 수요가 매년 CES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다.
CES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우리가 너무 혁신에 매몰되다 보니 자칫 CES가 보여 주기 위한 쇼에 그치는 것 아닌가 싶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해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혁신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다 보니 자사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이른바 '쇼를 위한 기술'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년 CES를 위해 뭘 보여 줘야 하는지 몇 개월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흥행할 만한 제품이 없으면 CES 전시에 참여하지 말까 하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 지 본질이 흐려진다.
자동차든 가전이든 이제 세계 기술 혁신의 흐름은 제품 단품이 아닌 기기 간 자연스러운 연결로 발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 어떤 편리함과 만족을 제공했는지가 핵심이 됐다.
전시장 곳곳을 보면 아직 설익은 기술이 대부분이다. 불완전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생각지 못한 협업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먼저 잡는 것이 CES에서 봐야 할 진짜 모습이 아닐까.
라스베이거스(미국)=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