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IT법] 〈4〉AI로 사망자를 증인 재현한 사례에 대한 법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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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2021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서 발생한 로드 레이지 사건에서 크리스토퍼 펠키가 사망한 후, 2025년 딥페이크로 재현한 그의 인공지능(AI) 아바타가 법정에서 '증언'한 사례가 화제가 됐다. 이는 AI가 사망한 피해자의 목소리를 재현해 피해자 진술을 한 최초의 법적 사례로 기록됐다.

펠키의 가족은 형사사건 선고 공판에서 AI를 활용해 그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로 결정했고, AI 아바타는 펠키의 생전 영상, 사진, 유튜브 동영상(PTSD 치료 후 연설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음성은 동영상에서 추출하고, 얼굴과 몸은 장례식 포스터를 참고했다. 노화 필터를 적용해 사망 4년 후의 모습을 추정했으며, 녹색 후드티와 회색 야구 모자 차림으로 재현됐다.

2025년 5월 마리코파 카운티 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AI 영상이 TV 화면에 상영됐다. AI 펠키는 가해자인 호르카시타스를 향해 “그날 우리가 마주친 건 유감이다. 다른 삶이었다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며, “나는 용서와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가족에게는 “자, 이제 낚시하러 가야겠어요”라고 작별 인사를 했다. 판사 토드 랭은 “이 AI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진심으로 느껴졌다”고 호평했다. AI 영상 영향이 있어서인지 호르카시타스는 과실치사죄로 최대형인 10.5년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AI 기술이 법정에 도입된 획기적인 예로 평가된다. 딥페이크 AI 기술이 사법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 접근을 보완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많은 법적·윤리적 논의도 촉발했다.

예컨대 AI를 이용한 극적인 감정적 연출이 판사나 배심원의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며 이로써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선고 단계가 아닌 '사실 관계를 다투는 증거'로 사용된다면, 피고인 측에서 AI를 상대로 반대 심문을 할 수 없다는 증거의 신뢰성 또는 절차적 문제점도 있다.

개인정보 관점에서도 문제점이 있는 바, AI가 말한 '용서'의 메시지가 실제 고인의 의사인지, 아니면 유족이 입력한 데이터에 의한 '편집된 인격'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사망자의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은 관계로 늘어가는 사망자의 재현 사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펠키와 같이 법정에서 사망자를 재현하는 비영리적 목적도 있지만 유명인이나 위인, 철학자, 정치인, 종교인 등을 상업적·영리적으로 재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AI 기술은 사망자를 대면할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와 시간적 한계를 극복해줬다. 이 과정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기술적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고통받는 사망자의 유족들이 있을 수 있으며 오남용을 통한 사망자의 인격적 가치의 왜곡이나 훼손도 우려되고 있다.

사망자의 디지털 인격권 및 사망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명확한 법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생전의 데이터가 사후에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편집되거나 상업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유족의 동의권뿐만 아니라 고인의 생전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비영리적 추모 목적과 영리적 착취를 구분하고, 원하지 않은 '편집된 인격'의 생성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AI는 죽음이라는 물리적 단절을 보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고인의 진실된 삶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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