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산업혁명이 몰아치던 시절, 한 소년의 가족이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수동 직조기로 가내 공장을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는 1847년 증기식 직조기가 도입되면서 생계가 어려워졌고, 이듬해 가족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가는 이민선에 몸을 실었다. 그 소년이 바로 훗날 철강왕이 된 앤드류 카네기다. 카네기는 아버지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기술 앞에서 머뭇거리는 자는 도태되고, 먼저 움직이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평생 가슴에 새겼다. 산업혁명이라는 대분기점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이면 시대를 지배하고, 외면하면 시대에 뒤처진다.
인공지능(AI)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의 또 다른 대 분기점에 놓여 있다. AI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사고와 의사결정을 보조하고 더 나아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 변화와 혁신의 파고는 산업혁명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밀려오고 있으며, 혁신의 이면에는 전례 없는 위협도 함께 밀려오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AI는 이제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조건이 되었다. 자금의 융통과 숫자를 다루기 때문에 AI 발전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금융산업의 특성상 AX 대전환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산업혁명 시대 증기기관을 외면한 공장처럼 경쟁력을 빠르게 상실하고 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보안 부문에서의 위협은 보다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최근 보안 취약점 파악뿐 아니라 스스로 해킹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준 '미토스' 사례에서 보듯, 공격자에게 'AI'라는 무기가 쥐어질 때 과거에는 생각지 못한 거대한 보안 위협이 코앞에 다가올 수 있다. AI 공격으로 피해가 현실화한다면 이는 비단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뢰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긴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AX 대전환이 가져올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첫째, 자금의 물꼬가 AI·반도체 부문 등으로 거침없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금융권 자금흐름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낼 것이다. AI 산업은 초기 인프라 구축단계에서의 대규모 투자뿐 아니라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스케일업 등을 위해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 자금투입이 중요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의 인내자본 공급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비롯해 자본시장의 자금이 AI·반도체를 비롯한 생산적 부문에 적극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노력을 다각도로 취할 것이다.
둘째, AI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나갈 것이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핀테크, 금융회사들도 AI 경쟁에서 동등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금융권 AI 플랫폼'을 운영해 금융 AX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AI에는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합성 데이터, 비정형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쉽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결합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혁신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차단·보험사기 방지 등 범죄영역에 있어서도 수사·통신·의료 분야의 정보공유 등을 바탕으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도의 효과를 높여 나갈 것이다. 이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통한 신뢰금융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에서 CEO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AI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효과적 활용·부작용 방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CEO와 직원이 AI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보보호·보안사고에 책임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셋째, 미토스 등 AI 보안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보안위협에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다. 그간 클라우드 기반 응용소프트웨어(SaaS)에 대해서는 별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없이도 일정한 보안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전제로 업무망에서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에도 생성형 AI 및 SaaS를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넷째, AI로 인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AI 확산으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상당수의 인력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따른 소득 증가와 디지털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위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데 있다. AI가 금융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다 심도 있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앤드류 카네기는 “성장을 멈춘 제조업체는 쇠퇴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가장 먼저 움직였고, 그것이 시대를 지배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 카네기의 아버지는 증기 직조기 때문에 시대에 뒤처지게 되었다. 카네기 자신은 새로운 철강법이 등장하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세계 최대의 철강기업을 만들었다. AX 대전환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은 금융회사에 달려있으며, 그 판을 깔아주는 것은 정부에 달려있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AX 대전환 의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kwondy92@korea.kr
〈필자〉금융정책과 금융산업 전반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금융정책, 은행, 자산운용, 중소금융, 금융혁신 등 금융위원회 핵심 보직을 거치며 정책 실무와 조직 운영 경험을 쌓았다. 1968년생으로 진해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서기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사총괄과장 등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중소금융과장, 은행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맡았다. 한국금융연구원 파견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근무를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 금융산업국장,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다.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이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았고, 2024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거쳐 2025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