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에너지 전략을 재정립하고 세계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여야의 초당적 협력과 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의지가 함께 이뤄낸 값진 성과며, 정책의 일관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승부는 이제부터다. 지금 전 세계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폭증과 탄소중립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의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 바로 SMR이 자리 잡고 있다.
SMR은 안전성과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한 분산전원이다. 전력시장과 다양한 산업분야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전 세계 주요국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이 기술에 사활을 걸고 집중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SMR 특별법의 핵심은 연구개발(R&D), 인허가, 실증, 사업화를 잇는 전주기적 정책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는 시작일 뿐이다. SMR의 승패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시점에 실제로 공급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즉 '적기 공급 능력'이 관건이다. 특별법이 조기에 실질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첫째, SMR에 최적화된 인허가 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대형원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규제체계를 넘어, 안전을 핵심가치로 하면서도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을 강화한 SMR 규제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SMR 규제체계 구축 로드맵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문 인력과 실행 역량이 조속히 확보돼야 한다.
둘째, 실증 프로젝트를 조기에 진행해야 한다. SMR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실제 제작과 운영을 통해 축적된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증을 통해 반복 제작이 가능한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양산 체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경험과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셋째, '수요자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짜야 한다. SMR을 단순한 발전원이 아닌 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소생산, 제철산업 등 첨단 산업 및 국가 기간 산업과 결합한 하나의 '패키지 산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구매계약(PPA) 등 제도적 기반을 정비해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넷째, 적극적인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혜택 공유를 통해 지역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지역 주민이 안전성을 신뢰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이익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이 정립돼야 한다. 공존을 넘어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모델이 갖춰질 때 SMR은 진정한 분산전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다섯째,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뒷받침할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 SMR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원자력 분야로 유입돼 도전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과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은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이라는 검증된 실행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역량이 SMR 분야에서도 구현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특별법이라는 기반 위에 범국가적 적기 공급 능력이 결집할 때 SMR은 새로운 수출산업이자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sungmin@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