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혁신의기술] 〈55〉AI 네이티브(Native),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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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우리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오늘의 학생들은 더 이상 우리 교육 시스템이 가르치도록 설계된 그 사람들이 아니다.”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2001년에 남긴 문장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 문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2026년 7월, 새 임기를 시작한 지자체장들의 취임식 대형 스크린에는 슬로건들이 뜬다. '인공지능(AI) 산업' 'AI 대전환' 'AI 클러스터' 뜨거운 박수가 쏟아진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이 단어들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는 정의도 하지 않은 채 4년의 방향을 이미 결정하고 있다.

프렌스키가 처음 붙인 이름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였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모국어처럼 쓰는 세대. 그 개념이 2017년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AI 네이티브(AI Native)'로 파생됐고,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본격적인 화두가 됐다. 25년의 지적 여정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이후, 문자와 함께 자란 첫 세대가 종교개혁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AI와 함께 자란 첫 세대는 무엇을 이끌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문제는 'AI 네이티브'라는 말이 지금 다섯 개의 다른 층위에서 뒤섞여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AI 네이티브'라는 개념을 살펴보자.

첫째는 세대다. 즉, 태어날 때부터 AI를 공기처럼 경험한 알파 세대를 의미한다.

둘째는 조직이다. 이미 존재하는 서비스에 AI 기능을 나중에 얹은 임베디드(Embedded)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AI를 중심으로 설계된 조직을 뜻한다.

셋째는 산업이다. 6G 통신에서 회자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처럼, 산업 인프라 자체가 AI 기반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넷째는 국가다. 데이터와 모델의 주권을 확보하려는 소버린(Sovereign) AI 전략을 의미한다.

다섯째는 문명이다.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고, 배우고, 창조하는 방식 자체의 전환이다.

이와 같은 다섯 층위가 뒤엉킨 채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니, 정책도 학문도 산업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손에 잡히는 층위인 '세대'부터 살펴보자. 세대로서의 AI 네이티브는 이렇게 자란다. 글자를 배우기도 전에 거실의 AI 스피커에게 “핑크퐁 틀어줘”라고 말을 걸며 자란다. 이들에게 AI는 조작해야 할 기계가 아니라 '말하면 알아듣는 친구'다. 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드는 시점, 즉 2022년에 챗GPT가 등장했다. 2010년생이 정확히 12~13세이던 때다. 그 순간부터 이들의 학습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전 세대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검색창에 단어를 넣고 결과를 골랐다. 그러나 이들은 AI에게 문장으로 질문하고, AI가 만들어준 초안 위에서 사고(思考)를 시작한다. 도구가 바뀐 것이 아니라 사고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 담론이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통신 업계는 6G 논의를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업들은 처음부터 AI 네이티브 조직을 새로 설계하고 있다. 지자체는 저마다 'AI 도시'를 자처한다. 그런데 각자 다른 층위를 얘기하고 있다. 어떤 곳은 산업 인프라를, 어떤 곳은 조직을, 어떤 곳은 지역의 방향을 얘기한다. 다시 취임식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예산이 아니다. 그 예산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기 위한, 방향의 합의다.

결국 AI 네이티브는 세대의 이름이 아니라 '시대의 이름'이다.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정의하지 못하면, 그 시대가 우리를 정의한다. 슬로건은 이미 정책이 되고, 정책은 이미 예산이 되며, 예산은 이미 4년의 방향이 된다. 이 정의 위에서 조직이 어떻게 다시 설계되고 있는지, 국가와 지역이 이 시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다음 편들에서 살펴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새로운 언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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