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문해력 논쟁이 뜨겁다. 문해력은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개념이다. 성인문해능력조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국민의 기초 읽기, 쓰기, 셈하기 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실시하는 국가승인 통계조사다. 전국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진행되는데, 이 조사에서는 문해력을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자해득을 포함한 기초생활능력으로 간주한다. 반면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는 문해력을 정의함에 있어서 다양한 상황의 텍스트를 이해·사용하고, 그것을 목표 달성과 지식·잠재력 개발에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본다. 전자는 생활 속 문제 해결과 정책적 지원에 초점을 두고, 후자는 국가 간 비교와 역량 측정에 무게를 둔다.
최근 젊은 세대가 긴 문장을 읽지 못하고, 한자어 하나의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한자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청년 세대에게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하는 것은 그러한 교육체계를 수립한 기성세대의 책임까지 함께 물을 때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정말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기성세대보다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렇게 말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뚜렷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여러 조사에서는 일부 고령층의 문해력이 낮아지는 현상이 확인된다. 문해력 저하를 말할 때, 막연한 비난보다 실제 통계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제는 인간의 문해력만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AI)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사고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진다. 실제로 AI를 신뢰하고 의지할수록 비판적 사고를 위해 들이는 노력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제시되고 있다. 또 AI의 도움을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뇌활동이 더 적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편리함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편리함이 비판적 사고와 생각하는 힘을 지켜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문해력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문해력은 단지 글을 읽고 의미를 아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를 선별하고, 문장을 해석하고, 타인의 의도를 헤아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는 능력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이 그 결과를 검토하고 판단하는 힘을 잃는다면 문해력의 본질은 흔들린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글을 천천히 읽고, 의미를 되새기고, 문맥을 놓치지 않으며, 한 번 더 의심해 보는 태도다. 아날로그의 상징처럼 보이는 이 느림은 낡은 습관이 아니라,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더 절실한 능력일 수 있다. 모든 답을 즉시 얻는 시대일수록, 답을 곧바로 믿지 않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이제는 AI와의 소통 역시 더 풍성하고, 더 정교하고, 더 의미 있어야 한다. AI를 단순한 대체재로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질문을 더 잘 던지고, 답을 더 비판적으로 읽고, 그 과정을 통해 사고를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인간의 문해력이 강화될수록 인공지능도 더 유용해지고, AI를 잘 활용할수록 인간의 문해력도 더 깊어질 수 있다.
문해력 논쟁은 더이상 세대간 상호 비난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읽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기술과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필자가 주장해온 독서교육, 한자교육 강화,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 역시 문해력 향상을 위한 제안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젊은 세대를 향한 손쉬운 훈계가 아니라, 모두가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는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의 핵심에는, 모든 것이 빨라지기만 하는 이 시대에 느리지만 깊게 사유하려는 용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