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AIDC 냉각 시장, 우리도 현지 대응을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급증하는 미국 AI데이터센터(AIDC) 냉각 설비 시장을 둘러싸고 한-일 기업간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벌써 일본 공조기업의 한발 앞선 시장 공략이 매섭다.

세계 최대 공조기업인 다이킨은 지난해 북미 데이터센터용 공장 증설로 생산 능력을 2배 늘린 데 이어, 올 초 대형 칠러와 펌프, 배관을 사전 조립하는 모듈형 생산시설까지 열며 거점을 넓혔다. 미쓰비시전기 역시 미국 오하이오주에 3000만 달러를 투입해 자회사 '메히츠(MEHITS US)'를 설립, 기존 이탈리아 생산 체제를 미국 현지로 돌렸다.

일본 기업이 미국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파생제품 전반으로 확대 적용함에 따라 수입 장비의 가격이나 납기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지 제조 거점 없이는 생산부터 납품까지의 리드타임을 단축할 수 없고, 결국 시장 경쟁력 격차로 직결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고, 한눈을 파는 것도 분명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현지화 대응은 다소 아쉽다. LG전자가 올 상반기까지 벌써 6000억원 규모 수주를 확보하고 엔비디아 솔루션 품질 인증을 획득하는 등 기술적 성과를 냈으나, 여전히 핵심 구성품은 한국에서 생산·수출하는 구조다.

삼성전자 또한 플랙트그룹 자회사 셈코를 통해 북미를 공략 중이지만 아직 공냉식 중심에 머물러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첨단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현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보호무역 관세 정책과 폭발적인 민간 AIDC 투자 속도를 감안할 때 한국 생산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관세 장벽 회피와 공급 속도 확보를 위한 미국 현지 생산 체제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회 확보의 마지노선이 됐다. 우리 정부와 수출 지원기관의 공격적인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 AIDC 냉각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맞춰 미 현지 공장 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독자 진출이 어려운 중소·중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대기업과 함께 현지에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현지 협력생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정책 패키지 발굴이 절실하다.

물이 다 차기를 기다리면 이미 늦다. 빠른 출항을 위해 바닥을 파든, 통나무를 깔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AIDC 냉각은 갈수록 더워지는 지구에 몇 안 남은 기회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 냉각·공조산업이 미국 AIDC 기회의 땅 개척권을 먼저 잡아채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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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6'에서 선보인 냉각수분배장치(CDU).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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