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중동, '중동판 블프' 실종…K-가전 프리미엄 전략 '직격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역에 확전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당장 이슬람권 최대 소비 시즌 '라마단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대대적으로 시작한 라마단 마케팅도 안전을 이유로 최소화한 상태로 이뤄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감소는 물론 소비 위축에 따른 냉난방공조(HVAC) 설비 등 예비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라마단은 지난달 17~18일부터 시작해 이달 19~20일 끝날 예정이었다. 라마단 정점인 지난달 28일 사태가 발발해 통상적 소비 특수도 사실상 모두 무산이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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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중동 지역 특화 마즐리스 마케팅 프로모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가전 업체들은 통상 라마단 기간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왔다. 라마단 기간 가족과 이웃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이프타르(Iftar, 일몰 후 첫 식사) 문화를 겨냥해서다. 대용량 냉장고와 조리기기, 그리고 거실의 중심인 TV 수요가 폭발하는 '중동판 블랙프라이데이'나 다름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에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레드시어 스트래티지 컨설턴츠는 올해 UAE의 라마단 소비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150억달러에서 164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라마단 프로모션으로 '라마단 기간 가사 부담을 AI 생태계로 줄인다'는 메시지를 내걸고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라마단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LG전자는 중동 시장에 특화한 '마즐리스' 전용 라인업을 내걸고 라마단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마즐리스는 무슬림 남성의 친목공간을 의미한다. 100인치 TV와 스타일러 등 프리미엄 라인업 프로모션이 라마단 프로모션 핵심이다.

라마단 대목 열흘째부터 공습이 발생하면서 주요 가전업체의 프로모션은 무산될 판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해상 물류가 사실상 차단된 데다 항공 물류까지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11일로 예정된 갤럭시 S26 두바이 현지 출시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다.

근본적 문제는 라마단 기간 소비 침체가 장기 소비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의 소비 심리 자체가 위축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냉난방공조(HVAC) 등 신사업 진출에 암초가 될 수 있다. 특히 장기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중동발 데이터센터 건설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물류, 유가, 환율 등이 당장의 중동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살피고 있지만, 보다 큰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되며 중동 지역의 소비심리 자체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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