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20년이 더 기대되는 'K-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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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신규 투자 사상 첫 1조원 돌파, 기술 수출 8조7000억원 기록. 올해 국내 바이오 산업이 거둔 쾌거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5년 전만 해도 내수용, 변화 없는 시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제약 산업은 특히 그랬다. 신약에 도전하기보다 해외에서 이미 출시한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을 만들어 국내에서 판매 경쟁을 했다. 차별점이 없는 의약품 판매는 과당경쟁을 불러왔고, 연일 '리베이트 사건'이 언론으로 하여금 떠들썩하게 했다.

2015년부터 달라졌다. 한미약품이 쏘아올린 글로벌 기술 수출의 신호탄은 자극제가 됐다. 세계도 한국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유한양행·대웅제약·종근당·녹십자 등 주요 제약사들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희망을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유한양행 등 주요 제약사 중심으로 1조원이 넘는 기술 수출을 이뤄 냈다. 올해는 바이오 기업이 가세했다. 알테오젠이 글로벌 10대 제약사에 1조619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뿐만 아니라 브릿지바이오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183억원에 수출했다.

물론 축포만 터지지는 않았다. 한때 우리나라 첫 유전자치료제로 각광받은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용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허가가 취소됐다. 허가 과정에서 위법성까지 발견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위장약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 처방된 약의 판매가 중단됐다. 장밋빛 전망만 앞서던 신라젠 펙사벡의 임상3상 중단 권고,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 발표 연기 등 명과 암은 뚜렷했다.

2019년 케이(K)바이오는 2020년 K바이오에 숙제를 남겼다.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아야 하며, 투자·성과 등 올해보다 더 나은 내일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나 불안감보다 기대가 앞선다. 대형제약사의 오픈이노베이션과 해외 진출,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기업 성과, 기술력으로 무장해서 내일을 준비하는 바이오 벤처까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경자년에는 바이오업계의 단순 성과를 넘어 '바이오 강국'으로 향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