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이 연산처리속도가 빠른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핵심기술인 양자얽힘의 고효율화를 구현했다.
포스텍은 이길호·이후종 물리학과 교수와 박사과정 박건형 씨 연구팀이 양자얽힘을 유도하기 위해 겹층그래핀을 육방정계질화분소(hBN)결정막으로 보호해 그래핀에서 무질서하게 산란되는 전자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양자얽힘은 두 양자상태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어도 그것이 양자역학적인 상관관계로 묶여 있는 것을 말한다. 정보처리량이 늘어날수록 연산처리속도가 지금까지 컴퓨터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핵심이다. 연구팀은 겹층그래픽을 수직으로 쌓고, 이 두개의 겹층그래핀 가장자리를 초전도물질로 연결한 양자얽힘 소자를 제작했다.
그동안 양자얽힘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연구들이 진행됐다. 예를 들어 레이저 광선으로 이온이나 원자를 조작하는 '이온 트랩',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져 전력 손실 없이 전류가 흐르는 '초전도체', 실리콘 등의 반도체에 전자가 지나는 길을 제어하는 방법 등이다.
연구팀은 그래핀이 탄소로 이루어진 현존하는 가장 얇은 도체이면서 구리나 실리콘보다 수백 배 더 전자를 잘 이동시키는 점에 주목했다. 겹층그래핀 사이 간격을 초전도 결맞음길이보다 훨씬 얇게 하고 겹층그래핀의 특이한 밴드구조를 이용해 양자얽힘 현상과 함께 일어나는 부수 현상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순수한 양자얽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했다.
이번 연구는 2차원 물질인 겹층그래핀과 초전도를 결합시켜 기존 초전도 전자쌍의 양자얽힘 효율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지난 수년에 걸쳐 학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던 그래핀과 초전도를 접합시킨 조셉슨 접합에 대한 연구로도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이는 이번 후속 연구의 근간이 되었다.
이후종 교수는 “앞으로 그래핀을 포함한 2차원물질을 이용한 양자얽힘 등 양자 소자 개발에 새로운 활로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화학회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 최신호에 실렸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