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제약 투자 27년 '뚝심' 美 FDA 뚫었다..독자 개발·판매 모델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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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연구진이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SK가 신약개발 시도 27년 만에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제약 산업 투자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첫 결실을 눈앞에 뒀다. 국내 제약사 최초로 신약개발 전 과정은 물론 인허가, 영업, 판매까지 독자 추진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주)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가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았다.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 첫 상업화에 성공한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는 물론 코스피 상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엑스코프리는 간질이라고 불리는 뇌전증 치료 신약이다. 2001년 기초 연구를 시작해 18년 만에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마케팅·판매는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는다. 예상 출시시점은 내년 2분기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시험, 인허가, 마케팅, 판매까지 한 회사가 모두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은 제약업계 최초다.

글로벌 뇌전증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61억 달러(7조7659억원)로 추정된다. 이중 미국 시장은 전체 54%인 33억 달러(약 3조8847억원)로 세계 최대 규모를 형성한다. 특히 2024년까지 약 41억달러(약 4조8274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약 4조원 미국 시장 진출과 함께 두 번째로 큰 유럽 시장도 노린다. SK바이오팜은 올 초 엑스코프리 유럽 지역 상업화를 우해 아벨테라퓨틱스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아벨테라퓨틱스는 인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안에 허가가 예상된다.

이번 성과는 1993년 신약개발을 시작한 SK의 지속적인 투자가 이끌어낸 결실로 평가된다. 특히 최태원 SK회장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두는 등 제약·바이오 키우기에 집중했다. 2011년 신약개발 업체 SK바이오팜과 2015년 의약품생산 기업 SK바이오텍을 설립한 것 역시 통신, 반도체에 이어 제약·바이오를 확실하게 키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이지만 최태원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의지가 없었다면 지출과 시간이 많이 드는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신약개발 전 과정은 물론 인허가, 영업,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 역시 더 많은 신약 개발·판매를 염두에 둔 내부 역량 쌓기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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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파이프라인 현황

현재 SK바이오팜이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 두 개다. 수노시는 글로벌 제약사 재즈에 기술 수출했다. 이어 소아 희귀 뇌전증 치료제(임상 1/2상), 희귀 신경계 질환(임상 2상 준비), 집중력 장애 치료제(임상 1상 완료) 등 6개 후보물질이 임상, 전임상 중이다. 중추신경계 분야 파이프라인이 풍부한 것을 강점으로 해당 분야 업계 선도기업을 목표로 하되 항암 영역 등 진출도 타진한다.

상업화 결실이 나오면서 SK바이오팜 상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달 유가증권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FDA 허가를 획득하면서 유리한 요건을 확보했다. 상장 시점은 내년 초로 보이며, 기업 가치는 5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허가로 SK그룹의 제약·바이오 투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SK바이오팜 상장은 물론 관계사 SK바이오텍과 시너지도 기대된다”면서 “해외 판매망 구축 비용과 장기적인 신약개발·생산 역량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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