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서쪽 깊숙이 위치한 대형광학가공동. 층고가 높은 운동장만한 공간에 다양한 철제 설비가 한 가득 들어차 있다. 탁자만한 크기의 원형 거울이 곳곳에서 반짝이며 눈길을 끈다. 우주용 광학 부품 국산화율 100% 신화를 이룬 핵심 기반, 표준연 우주광학팀 연구공간이다.
우주광학팀은 지난 16년 동안 우주용 전자광학 부품 개발 한 우물만 판 곳이다. 인공위성 광학장비에 쓰이는 대형 반사경을 만드는데 셀 수 없는 시간을 쏟았다. 2014년에는 직경 1m 반사경을 제작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대형 반사경을 만들고 있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기술 수준을 갖췄다. 비우주용 기준 거울은 1.5m까지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반사경은 위성 눈 역할을 하는 광학 부품 가운데서도 핵심 역할을 한다. 영상 해상도를 결정하는데, 만들기가 극히 어렵다. 중심부에서 주변으로 점차 편평해지는 '비구면' 구조를 수 나노미터(㎚) 수준 정밀도로 가공해야 한다. 우주용인만큼 극한 환경에서 성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관건이다.
기자를 안내한 이윤우 박사는 “무게를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수 ㎚수준 오차를 유지한 광학반사경을 만드는 것은 가공기술의 최정점”이라며 “우주는 진공·무중력상태인데다 고온과 저온을 오가고, 극한 진동까지 가해지는 곳이라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내 실제 공정을 볼 수 있었다. 양호순 박사가 형상을 갖추기 전인 대형 유리를 연마하고 있었다. 양호순 박사가 연마장치 앞 컴퓨터를 조작하자 유리 위로 500원 동전 크기 둥근 판이 내려앉아 회전하기 시작했다.
양 박사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패드로 원하는 형상이 나올 때까지 유리를 아주 미세하게 갈아 내는데,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리는 아주 신중한 작업”이라며 고충을 설명했다.
완성된 반사경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박사가 2013년 당시 제작에 성공해 세계 이목을 끌었던 0.8m 우주급 반사경 앞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유리 위에 알루미늄을 정밀 증착시켜 반짝이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
이를 직접 만든 이재협 엔지니어가 기자 옆으로 다가와 “700㎞ 고도에서 일반 거울보다 1000배 이상 정밀하게 대상을 반사해낸다”며 반사경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이 박사도 “표준연 1호 명장인 이재협 엔지니어가 장장 1년에 걸쳐 직접 연마한 것”이라며 “수많은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우리의 과학 자산”이라고 거들었다.
이 박사는 이들 장비와 성과를 모두 우리 손으로 구현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연마, 측정, 환경시험, 코팅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장비를 해외 도입 없이 모두 자체 개발했고 성과 역시 순수 우리 성과다. 관련 외부 연구기관이나 기업에서도 도움을 요청할 정도다.
도전은 계속된다. 이 박사와 우주광학팀은 현재 차세대 중형위성과 고해상도 전자광학위성용 카메라, 초대형 천체망원경 등에 쓰일 거울을 제작하고 있다.
이 박사는 “우리 손으로 고해상도 위성 카메라를 계속 개발해 나갈 것”이라며 “국가 안전에 도움을 주고, 한편으로는 대형 천체 망원경을 제작해 기초과학 연구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