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포장비'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법)'이 e커머스 시장에서 논란이다. 법 시행에 따라 택배업체가 온라인판매처에 지불하는 포장비가 불법화되면 영세 쇼핑몰의 경영 타격은 물론 소비자 택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2일 유통·물류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3일 오전 제4차 전체회의를 열고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안(생활물류법)'을 법안소위에 회부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 8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국회에 계류된 상태였다.
생활물류법 제43조는 택배업 종사자나 사업자가 아니면 소비자가 지불한 생활물류서비스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취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현재 e커머스 업체 대부분은 소비자에게서 평균 2500원 가량 택배비를 받아 포장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택배업체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e커머스 업체는 소비자에게서 받은 택배비 전액을 택배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업계는 택배포장비가 불법화되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e커머스는 소비자에게서 평균 2500원 택배비를 받는다. 이 중 포장비 770원 가량을 제외한 1730원을 택배사업자에게 지불한다. 이를 올해 일반 소비자(B2C) 택배 물량으로 추산되는 23억건에 대입하면 1조800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택배업체와 거래하는 e커머스 업체는 16만6000여곳”이라면서 “포장비가 불법으로 규정되면 업체마다 평균 1000만원 이상 손실을 입게 된다”고 토로했다.
해당 조항이 제시한 '정당한 사유'에 대한 혼란도 예상된다. 17만개에 육박하는 e커머스 시장 업체 수를 감안하면 합법의 범위를 표준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업체가 스스로 포장비를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e커머스 업체를 거래선으로 둔 택배사업자 판단에 따라 언제든 과태료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특정 택배사 기사가 경쟁사 기사를 견제하기 위해 자신과 계약을 맺지 않은 e커머스 업체를 고발하는 등 금전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생활물류법 시행에 관해 택배업계는 물론 용달협회, 노동계에서 많은 이견이 교차하고 있다”면서 “택배를 핵심 서비스로 활용하는 e커머스도 법안 시행에 따른 충격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업계 입장을 충분하게 수렴한 후 신중하게 법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