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8>나의 진정한 경쟁상대가 누구인지부터 살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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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나이키 회사는 스포츠관련 브랜드 가운데 부동의 1위를 달리는 회사다. 1964년 창업 이래 대부분 연평균 10% 이상 성장했다. 아디다스, 리복 등의 여타 브랜드를 앞서면서 스포츠 용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나이키가 어느 해부터 엄청난 매출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여타 스포츠 용품 때문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인 닌텐도 영향으로 확인됐다. 스포츠 용품 회사인 나이키 회사의 매출액에 비디오 게임 회사인 닌텐도가 영향을 끼친 이유가 무엇일까?

나이키와 닌텐도의 경쟁은 사실상 2006년부터 시작됐다. 2006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청소년은 나이키 운동복과 운동화를 착용하고 친구와 코트를 누비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이를 위해 용돈을 아껴 새로운 운동화를 사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2006년 닌텐도에서 위(Wii)를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위(Wii)만 있으면 실내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친구와 운동장을 누비는 대신 집안에서 혼자 위(Wii)를 갖고 노는 데 관심이 더욱 커진 것이다. 심지어 위(Wii)를 통해서는 비록 컴퓨터상에서지만 동네 친구가 아닌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와 함께 경기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나이키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핵심 고객 중에는 가정용 게임기에 몰입해 실제 운동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상에서 설명한 나이키와 위(Wii)의 관계를 경제학에서는 대체재로 부른다. 대체재란 특정 제품을 소비했을 때 동일한 만족을 누릴 수 있어, 서로 대신 쓸 수 있는 관계에 놓여 있는 재화의 관계를 대체재(substitute)라 부른다. 사이다와 콜라는 대표적인 대체재 관계다. 둘 다 탄산음료로써 구매했을 때 공통적으로 갈증해소라는 만족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콜라와 사이다는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연필과 볼펜 역시 대표적인 대체재 관계다. 뭔가 노트하기 위해 필기구가 필요할 때 연필을 살지 볼펜을 살지 고민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둘 다 구매했을 때 비슷한 효용 내지 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체재의 관계에 놓여 있는 재화들은 한 재화의 가격 변화가 또 다른 재화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갈증이 나서 편의점에 갔는데 콜라 가격이 오른 것을 확인했다. 이때 아마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이다를 선택할 것이다. 연필과 볼펜 역시 마찬가지이다. 필기구를 구입하려 할 때, 볼펜이 비쌀 경우 아마 연필을 구매하는 사람이 더욱 늘 것이다. 이와 반대로 연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면 볼펜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 것이다. 대체관계에 놓인 재화들은 이처럼 서로 간의 가격 변화로 인해 판매량이 영향을 받는다.

나이키와 닌텐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대체재 관계다. 나이키 운동용품과 닌텐도 위(Wii)는 방과 후 여가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하는 물건이다. 나이키는 운동장에서 닌텐도는 집 컴퓨터상에서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장소만 다를 뿐이지 세부 내용은 동일하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은 제한된 용돈으로 둘 중 무엇을 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위(Wii)를 구매하는 사람들로 인해 나이키 회사의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콜라와 사이다 사이의 관계와 흡사하다 할 것이다.

나이키 사가 닌텐도에 주목했던 것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보이지 않은 적이 누구인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매출이 줄어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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