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르무즈' 봉쇄에 국가 비상대응 체제 돌입… 20.3조 긴급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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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동 상황점검 관련 긴급 관계부처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에너지 수급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가 비상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원유 재고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국가 비축유를 방출하고,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한 20조3000억원 규모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키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회 중동 상황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상황 발생 나흘 만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정부는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에는 심리가 중요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안 심리를 자극해 이득을 보려 하는 가짜뉴스 배포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외교부와 국방부에는 교민과 파병부대의 안전 확보 및 단기 체류객의 조속한 귀국 수송 대책을 지시했다.

에너지 수급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도 대응 조직을 차관급 본부장 체제인 '중동상황 대응본부'로 격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필리핀 순방을 수행 중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화상회의를 통해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비율 이상 감소하는 등 수급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산업부 자체 판단을 통해 즉각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겠다”며 “여수, 거제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에 보관된 석유를 국내 시장에 즉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가스(LNG)는 도입량의 80% 이상이 비중동 지역이라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카타르산 도입 중단에 대비해 동남아, 호주, 북미 등 대체 공급선을 미리 확보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석유공사도 비축유 방출을 위한 긴급 점검을 시작했다.

또 공급망 점검 결과, 반도체 측정·검사기기나 브롬, 헬륨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14개 품목은 미국 수입 대체나 국내 생산 활용 등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다만 수입 비중이 54%에 달하는 '납사'의 경우 수급 차질이 우려됨에 따라 업계와 협의해 수출 물량의 국내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제·금융 당국은 시장 안정화 조치에 착수했다. 재정경제부는 이형일 1차관 주재로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중동 수출 비중이 높거나 물류 차질을 겪는 기업을 위해 20조3000억원을 지원한다. 산업은행 8조원, 수출입은행 7조원 등이 투입되며, 중소·중견기업에는 최대 2.2%포인트(P)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청와대도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국정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강 실장은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과 함께 교민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매일 개최하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김 총리는 “정부가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는 평온한 일상을 유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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