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산업이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위상과 경쟁력 측면에서 개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기술, 자본, 노동력 네 가지 영역별로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타트업 4개 단체(아산나눔재단,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는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타트업코리아!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었다.
발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투자 환경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00대 기업이 직접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2014년 171억원에서 2018년 4580억원으로 확대됐다. 누적 투자액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 스타트업 창업 지원 규모 역시 2017년 6158억원에서 2019년 1조1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숫자도 2017년 3개에서 올해 9개로 늘어 글로벌 5위로 뛰어올랐다. 투자 회수 규모도 2018년 2조7000억원을 기록해 사상최대치를 보였다.
그러나 양호한 투자환경 대비 강도 높은 규제가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누적 투자액 상위 100대 스타트업 중 53%는 진입 규제로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제한을 받게 된다.
이경숙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이는 4차 산업혁명 속도전에서 뒤쳐진다는 것 의미, 스타트업은 이제 한국 경제 일부가 아니라 경제 자체고 본질이자 미래”라며 “규제 이유를 찾아보고 시대에 맞춰 유연하게 바꿔 경제와 사회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스타트업 발전 현황과 변화 방향성을 제안하는 연례 보고서도 함께 발표됐다. 보고서는 △시장 창출을 위한 진입 규제 환경 △혁신적 서비스, 제품 개발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 환경 △창업-성장-회수-재투자 선순환을 위한 투자 환경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력 확보를 위한 인재 유입 환경을 핵심 요소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산업에 대해 '우선 허용, 사후 규제' 방식 '포괄적 네거티브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안희재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향적인 변화 가능성은 우리 사회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며 “우리 사업 환경이 글로벌 최고 수준인 미국, 중국, 인도 대비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있나 관점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도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과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맥주 정기구독 서비스 '벨루가' 사례가 언급됐다. 벨루가는 온라인 주류배달과 관련된 모호한 규제 가이드라인 때문에 사업을 두 번이나 연달아 접어야 했다.
김현종 벨루가 공동창업자는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 수차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이 보류됐고, 서비스 출시 이후 갑자기 불법이라는 통보를 받아 서비스를 종료했다”며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고 손바닥 뒤집기 식이니 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해도 대응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정치권 인사들도 문제 지적에 공감했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를 바꾸는 것은 국회인데, 국회가 연구 세미나만 진행하고 결론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어 정치인으로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