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운항·관리에 빅데이터를 접목한 해운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있다. 버려지던 단편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새로운 데이터 자원을 활용해 화물 정시 이송을 비롯한 선박 운항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 해운기업이 선박의 효율적 운항과 관리를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앞 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은 선박·기기 관리와 경제적 항로 발굴에 활용해 온 '해운빅데이터분석시스템'을 최근 시장 트렌드 분석으로 확대했다. 해운 물동량을 더욱 정교하게 분석, 해운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마린서비스는 올해 초 대양을 오가는 선박 13척에 빅데이터 기반의 '엔진고장예측시스템'을 도입, 사고 예방과 화물 정시 배송력을 크게 높였다. 북태평양을 운항하던 A선박은 이 시스템으로 기상 악화에 의한 과부하 운전 구간을 예측하고 회피했다.
현대상선처럼 수백척의 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선사는 물론 중견·중소 해운기업까지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는 미국 플렉스포트가 빅데이터 기술로 해상과 항공, 육상까지 화물 운송을 쉽고 빠르게 저렴한 비용으로 연결하며 '해상의 우버'로 자리 잡았다. 독일 플릿몬은 세계 공공 선박과 개별 기업 선박, 항만까지 각종 해운 데이터를 모아 기업에 더 나은 물류 프로세스 설계를 지원한다.
대양을 오가는 선박은 운항 과정에서 기상 정보, 에너지 소비량, 선박 내 각종 설비 모니터링, 주변 선박 정보 등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한다. 과거에는 이 같은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특정 기능에 국한됐고, 활용성도 낮았다.
빅데이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이제는 개별 선박이 아닌 선단 전체 데이터를 취합 분석하고, 서로 다른 데이터까지 연계가 가능해졌다. 해운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항로가 좋은지(최적 항로), 언제 도착할지(정시성), 화물 운송량은 어떻게 변할지(시장 동향)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응한다. 밸류링크유의 남영수 대표는 “해상운송은 국제 물동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랜 항해 시간과 기상 환경 등 변수가 많아 이를 제어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취합해서 활용하고 있다”면서 “빅데이터 기반의 선박 운항과 관리·물동량 분석은 해운산업의 기본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