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 부담 컸나…연이어 떠난 한전 키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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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 서울대 공과대 명예교수.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여름철(7·8월) 전기요금을 월 1만원가량 깎아주는 '누진제 개편안' 통과에 직접 참여했던 한국전력 핵심 경영진과 사외이사 의장이 연이어 회사를 떠났다. 이사회 의장은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상태였고, 경영진은 누진제 개편안이 이사회에서 가결된 직후 사임을 표명한 것이어서, 경영 악화에 대한 부담이 이들 사임에도 직·간접 영향을 미쳤을 거란 해석이 나온다.

12일 한전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김태유 한전 이사회 의장과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이 최근 모두 사임했다.

지난해 10월 한전 사외이사에 선임된 김 교수 임기는 2년으로, 약 10개월 만에 사임을 표명했다. 김 교수가 임기 절반 이상을 남기고 한전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은 건 입각 제의로 인한 개인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누진제 개편안 통과 이후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담을 느끼고 사임을 결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 교수는 한전 이사회가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한 지난 6월 기자들과 만나 “약관 개정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을 보류했다”며 이사의 의견을 최종 조율,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개각 과정에서 김 교수 이름이 거론됐지만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입각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을 고려, 다른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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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보 한전MSC 사장 (前 한전 영업본부장)

한전 영업·재무를 책임져온 권 본부장은 누진제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추가 재원 마련에 따른 경영 악화를 지속 피력했던 인물이다. 이후에는 한전 소액주주들로부터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권 본부장은 지난 6월 30일 누진제 개편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된 직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 한전 검침 자회사인 한전MCS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권 본부장은 누진제 개편안 토론회·공청회에 직접 나서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요금 할인 재원 마련에 우려가 많다” “한전은 뉴욕증시 상장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 “정부가 제시한 누진제 개편안 모두 한전에 부담을 주는 안이다”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주주 이익도 대변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전기요금 원가를 청구서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등 직설화법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김 교수와 권 전 본부장 모두 개인적인 사유로 사임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경영 악화에 따른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정부의 비용지원 요구를 수용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며 “이는 한전을 떠나는 데 직·간접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전 관계자는 “김 교수는 당초 집필 활동에 집중하려고 사외이사 등 주변 정리를 생각하던 중 입각 제의가 있어 사외이사직을 사임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권 전 본부장의 경우 한전 퇴사 이후 검침 자회사로 이동한 것이고, 회사 내부 이슈로 사임한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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