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주요 소재 수출규제에 나선 후 한국 기업이 대체 공급처를 속속 확보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 편중된 물량을 어느 국가로 다변화할지 눈길이 쏠린다.
중국 상하이증권보 인터넷판은 16일 산둥성에 위치한 화학기업 빈화(濱化)그룹이 한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로부터 전자제품 제조급 불화수소(에칭가스)를 주문받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빈화그룹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불화수소를 납품하기 위해 여러 차례 샘플 성능 시험과 일부 실험을 했으며 한국 반도체 기업과 정식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
빈화그룹과 계약을 맺은 한국 반도체 회사가 어느 곳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일본 업체가 아닌 제3의 기업에서 제조한 에칭가스의 품질 성능시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공급업체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대만이나 한국 업체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SK하이닉스도 일본산이 아닌 불화수소 사용 시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삼성전자가 제3 업체의 불화수소를 시험해 기존과 같은 품질의 반도체를 만들기까지 2~3개월 걸릴 전망이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일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4일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에 회로를 형성할 때 사용하는 레지스트, 반도체 세정공정에 사용하는 불화수소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이 중 불화수소는 레지스트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비교해 일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1∼5월 에칭가스 수입은 중국산이 46.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일본산이 43.9%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