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본격화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한·일 양국 정부는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조치에 대응해 내부적으로는 국내 기술력 강화와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규제의 부당성을 세계에 알리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정부는 7월 4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EUV용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 이후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일본이 규제한 3개 품목은 물론 추가 제재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자립화 지원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주 2회씩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업피해 최소화를 위해 물량과 대체수입처 확보, 인허가 기간 단축 등을 통한 공장 신증설 지원 등 단기공급 안정화와 예산·세제·금융지원에 전방위로 나섰다.
또 수출제한 3대 품목을 포함해 주력산업과 차세대 신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개 전략적 핵심 품목을 선정, 집중적으로 투자해 5년 내 공급안정을 이룬다는 내용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에 2732억원을 반영하고, 내년 예산에 2조1000억원 규모로 소재·부품·장비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각종 특례를 주는 내용의 소재·부품·장비 특별법도 발의했다. 오는 11일에는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위해 대통령 직속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가동할 방침이다.
대외적으로는 외교를 통해 일본을 압박했다. 일본 조치가 공정한 자유무역을 해치는 부당한 조치임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일본에 대해 양자협의를 요청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등에 참석해 일본 조치가 부당함을 알리는데 적극 나섰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8월 2일에는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종합대응계획을 발표했다. 또 정부는 같은달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결정하면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11일에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일본은 우리의 요구에 양자협의를 응한 상태다. 양자협의가 실질적인 일본의 조치 철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게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여러 경로를 통해 한일 간 협의가 이뤄지는 만큼 성과가 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