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간 만료 결제단말기만 350여종...여신협회 보안대책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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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이면 전국에 보급된 신용카드결제단말기 보안인증 기한이 만료된다. 기종으로만 350여종에 달한다. 재인증(갱신)을 받지 않으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불법 단말기로 분류되며, 폐기처분해야 한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과거 보안인증제 도입 때 준비 부족과 시험 기관 부실 지정, 막대한 수수료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은 여신금융협회가 이번에도 원칙 없는 보안 졸속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폐업, 부도가 난 단말기 제조사 제품을 재인증 없이 시장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방안에 대해 보안업계는 물론 민간시장에서는 스스로 법을 어기는 행위를 정부와 협회가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가 공인한 신용카드 단말기는 2219종에 달한다. 하지만 이 단말기 중 제조사가 폐업했거나 이미 단종된 제품이 어느 정도인지, 전수조사 한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로부터 결제단말기 보안인증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밴업계 등과 내년 만료되는 결제단말기 재인증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당초 취지인 결제 단말기 보안 강화보다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한쪽에서는 가맹점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여론 공방전까지 벌어질 태세다.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부도가 나거나 폐업한 제조사의 결제단말기에 재인증 면죄부를 준다면 당초 취지인 보안 강화 대책을 정면 위배하는 행위가 된다”며 “이미 인증받은 기업과 형평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도·폐업한 제조사 결제단말기 외에도 초대형 가맹점이 자체 인증받은 POS단말기도 업권 간 갈등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초대형 가맹점은 자체 단말기로 인증을 받았다. 수십억원의 자금을 들여 보안인증을 받았지만 인증기간이 끝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과거 자체 인증 받을 때에도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정부 설득으로 참여했는데, 또다시 재인증을 받으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데,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신협회 등은 업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갱신 인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인증 수수료도

1개 모델 당 2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업계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협회가 단종 모델과 폐업한 제조사의 단말기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초대형 가맹점 결제단말기 재인증(갱신) 협상을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과거 카드 수수료 갈등으로 번진 초대형 가맹점과 카드사간 대립 양상이 단말기 재인증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주현 신임 협회장을 비롯해 여신협회 경영진에 투명한 단말기 재인증 정책을 펴달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거 여신협회는 하드웨어 보안인증 사업을 대행하면서 해당 임원이 62억원 사업비를 횡령, 구속되고 인증기관 수의 계약 등을 강행해 협회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이번 재인증 사업에도 이 같은 비위 행위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여신협회 관계자는 “1년 후 도래하는 단말기 인증기간 만료에 대비해 1년 전부터 갱신시험 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시험 대기 기간 단축을 위해 시험 자료가 완비된 결제 단말기의 경우 원칙적으로 갱신시험을 간소화, 최대 3일 이내에 갱신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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