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세로 전환했다. 지난 4월 7년 만에 적자를 낸 지 한 달 만이다.
하지만 '수출 공신' 반도체 감소 폭이 2009년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크게 확대됐다. 이로써 전체 상품수지도 5년 4개월 만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직 일본 수출 규제가 반영되지 않은 만큼, 하반기 경상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9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4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냈지만 5월 들어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통상 4월에는 해외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몰리며 본원소득수지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5월 흑자 기조 회복은 계절적 요인이 사라진 결과다.
세부 지표로 따져보면 여전히 성적은 부진했다.
상품수지는 53억9000만달러 흑자에 그쳤다. 2014년 1월(36억7000만달러 흑자)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수출(480억3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10.8%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작년 동월 대비 29.2% 줄어 77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감소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36.2%) 이후 가장 컸다. 작년 동월(110억달러)에서도 대폭 축소됐다.
수입(426억4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1% 감소했다. 에너지류 가격 약세와 기계류 수입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
본원소득수지는 11억6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4월에 집중된 외국인 배당금 지급 요인이 사라진 점과 1분기 기업 실적 악화가 두루 영향을 4월 67억8000만달러에 달하던 배당소득지급은 5월 14억9000만달러로까지 떨어졌다. 작년 동월(19억6000만달러)에 비해서도 축소됐다.
1분기 실적 부진과 원화 약세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 기업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에 비해 줄었기 때문”이라며 “원화 약세인 만큼 외국인 주주가 배당을 받는 시점을 미룬 점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9억달러를 나타냈다. 그 폭이 2016년 12월(6억6000만달러 적자)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 영향권에서 벗어난 결과다. 실제로 5월 중국인 입국자 수는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조치가 있기 전인 2017년 2월(59만1000명) 이후 처음으로 50만명대로 진입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5월 수치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최근 수출 부진 등을 고려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640억달러에서 605억달러로 내려잡았다. 이에 한국은행도 당초 전망치(655억달러)에서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생겼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일본의 수출 규재 조치가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에 어떻게 영향 미칠지 구체적인 액션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