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정보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정보화가 시작된 지 30여년이 됐지만 여전히 정보화(化)의 '화'가 빠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보통신기술(ICT)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급진전해서 이만하면 정보화가 됐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가 일상인 뉴노멀시대에서 정보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세상 변화는 정보화라는 말에 담기엔 너무나 크다. 정보화는 초연결사회, 지능정보사회,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새로운 개념들을 도저히 다 담아낼 수가 없다. 정보화는 전산화라는 옛 의미에 갇힌 낡은 용어다.
1980년대에 열광한 정보화, 곧 전산화는 아날로그 시대에 처리한 문서 업무를 컴퓨터로 구현해 낸 작업이었다. 사람이 문서로 하던 일을 컴퓨터를 이용해 많은 업무를 한꺼번에 해냈다. 더 빨리 계산하고 더 편하게 편집하고 더 쉽게 저장하고 더 간단하게 대량 복사를 했다. 사람은 컴퓨터 명령어를 배우고, 사무용 프로그램을 학습했다.
지금은 사람과 컴퓨터보다 컴퓨터와 컴퓨터, 컴퓨터와 사물 협력이 더 중요한 시대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다. 사람이 시키기 전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찾아내 알려주고, 데이터를 생산해서 이를 모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새로운 일을 하는 시대다. 이것은 전산화라고 말할 수 없다. 정보화라고 칭하기에도 부족하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 시대로 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전통 방식의 사회를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은 아날로그 업무를 전산화하는 과정, ICT를 이용해 산업을 탈바꿈하는 디지털화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일하는 모든 방식을 디지털 관점에서 재정의하고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그동안 공공 부문에서는 먼저 행정 업무를 전산화했다. 그다음 국민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제 새로운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공공은 국민에게 디지털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는 이를 위해 '디지털 경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디지털 경기는 행정 업무, 도민 서비스를 디지털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혁신한다. 이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국민에게 맞추는 서비스다. 행정기관에 있는 정보는 행정기관끼리 처리하게 해서 민원인이 서류를 여러 번 제출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신청을 받기보다 아예 국민 생애 주기와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정보를 먼저 찾아 알려주는 서비스가 최종 목표다. 세금고지서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복지 혜택까지 알아서 보내 주는 공공 서비스다. 꿈만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데이터 기반 행정을 지향한다. 보고서 중심의 공무원 업무를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한다. 보고서는 보고할 때뿐이지만 데이터는 두고두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는 과학 방식의 의사결정을 도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융합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투명성을 높인다. 데이터 연계 행정 서비스는 국민에게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행정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세 번째 새로운 변화에 맞서 유연한 적응을 추구한다. 변화무쌍한 기술 변화로 말미암아 법과 제도 및 행정 수요가 다양해지고, 융·복합 형태로 나타난다. 이에 맞춰 공공 부문 서비스도 유연하게 변화하고 유효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디지털 경기는 클라우드 서비스, AI, 플랫폼을 도입해 더욱 빠르게 다양한 모습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한다.
네 번째 협력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다. 초연결 시대에 맞춰 기업, 대학, 공공기관이 데이터와 서비스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경기도 채용 정보와 입찰 정보를 민간 정보 사이트에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고, 개방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와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포용 혁신이다.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는 것처럼 혁신 전후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나 혁신 과정에서 낙오되거나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기술 혁신의 목적은 결국 사람 행복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는 당위 목표가 아니라 이미 다가온 현실이다. 전산화에 머물러 있는 정보화 개념을 넓히고 혁신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디지털 경기가 가장 앞장설 것이다.
임문영 경기도 정보화정책관 seerlim@g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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