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605>비메모리 반도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치, 사회는 물론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특정 산업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육성을 지시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무엇이기에 대통령이 특별 주문을 한 것일까요. 비메모리 반도체 의미서부터 비메모리 반도체가 왜 중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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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Q: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무엇인가요?

A:먼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접해봤을 메모리 반도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 저장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뜻합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D램과 낸드 플래시가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말 그대로 '메모리가 아닌 반도체'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자어 '아닐 비(非)' 자를 써서 비메모리라는 용어가 만들어졌습니다. 메모리가 아닌 반도체 전체를 칭하기 때문에 비메모리 반도체에는 매우 다양한 제품이 속해 있습니다. 연산이나 논리 작업과 같은 정보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대표적인 비메모리 반도체입니다. 하지만 비메모리는 CPU나 AP에 그치지 않고요. 마이크로컴포넌트유닛(MCU), 아날로그, 센서, 광전자 등이 모두 비메모리 반도체에 속합니다. 비메모리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인데요. 엄밀히 따지면 비메모리는 반도체 업계에 통용되는 정식 용어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하다보니 '메모리 외의 반도체'를 쉽게 부르기 위해 비메모리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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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수 AMD CEO가 신형 CPU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사진 AMD>

Q:메모리보다 비메모리 산업이 더 크다고 하던데,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A:반도체에 관한 비영리 시장 조사 기구가 있습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라는 곳인데요. WST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8년 460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4600억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520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1600억달러로 집계가 됐습니다. 1600억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80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비중으로 계산하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35%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입니다. 이를 바꿔 얘기하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65%가 비메모리라는 뜻이지요.

WSTS 통계에서 메모리를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를 모두 더해 봤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계산하기 위한 것인데요, 그 결과 세계 비메모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0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3100억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340조원에 해당합니다.

정리하면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는 180조원이고, 비메모리 시장 규모는 340조원이란 게 WSTS의 통계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의 2배에 달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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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수 AMD CEO가 신형 CPU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사진 AMD>

Q:비메모리 시장이 메모리보다 크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군요.

A:네 맞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70~80%가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을 자부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약세입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가 고르게 성장한다면 수출 및 국가 경제는 균형 있게 발전하고 더 좋아질 것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미래 자동차로 꼽히는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볼까요.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자동차가 이동 중에도 주변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데 있습니다. 이런 장애물을 인식하는데 필요한 게 센싱과 센싱을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 분석입니다. 여기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센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인공지능(AI)도 비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입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연산이나 논리 작업과 같은 정보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데요. 비메모리는 설계가 매우 어려워 설계 능력이 제품의 성패를 가른다고 합니다. 만들기가 어려워서 부가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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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수 AMD CEO가 신형 CPU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사진 AMD>

Q:다른 나라들도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나요?

A:네, 해외 정부도 비메모리 미래 중요성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인데요. 중국의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업체는 1800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선언한 2016년 이후 회사 수가 1000개를 넘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글로벌 영향력도 커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2010년 5%에서 지난해 13%로 크게 늘었습니다.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은 우리나라를 뛰어 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의 비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미국을 중국이 추격하는 양상입니다. 자율주행자동차나 AI와 같이 미래 산업을 위해 우리나라도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분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관련 도서>

◇초격차: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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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수 AMD CEO가 신형 CPU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사진 AMD>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권오현 회장이 쓴 책이다.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처음 삼성에 입사해 삼성전자 회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RAM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이후 삼성전자가 걷게 되는 '초격차 전략'의 실질적 토대를 닦았다. 그의 진두지휘 하에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만화로 쉽게 배우는 반도체, SIBUYA MICHIO 지음, 성안당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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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수 AMD CEO가 신형 CPU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사진 AMD>

물리학의 입장에서 반도체라는 물질이 지닌 성질을 해설하고 전자회로로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설명한다. 단순한 잡학으로서의 지식이 아니라 더 깊이 파고드는 수준의 지식으로 탐구심을 자극한다. 또 입문서에 흔히 있는 평범한 예제를 만들지 않고 가능하면 현실의 물질을 포착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을 해설하고 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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