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가 살얼음판이다. 양국이 봉합과 파국 경계에서 대치를 이어가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친다. 머지않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22일 북측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인력을 일방적으로 뺐다. 앞서 15일에는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중지·유예) 중단 가능성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반응했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지 6시간 만에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좋아한다고 부연 설명까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추가 대북 제재 철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발표한 독자제재 또는 이번주 예정된 또 다른 제재에 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 재무부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는 전날 발표한 대북제재가 아니라, 아직 발표하지 않은 '미래의 대북제재'를 지칭한 것이라 보도했다.
트럼프의 '깜짝' 카드는 북한이 행동 수위를 높이자 이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 표명이 머지않은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대화의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를 막은 만큼 김 위원장이 응답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추가제재 철회 지시 배경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좋아하고, 그런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지난 15일 평양 회견에서 “북미 두 정상의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인 대북제재 철회 지시로 우리 정부도 일단 한 숨 돌리게 됐다. 북한은 지난 22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면서도 남측 인원은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자신들만 퇴거하면서 대화의 문은 열어놨다는 평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