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은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가장 세계적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료입니다. 반대로 천연물 연구에 뒤처지면 우리 경쟁력을 해외에 고스란히 빼앗깁니다”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천연물연구소) 원장은 “천연물은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생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우리의 고유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연물은 식물, 해양생물, 미생물 등을 일컫는다. 여기서 약효가 있는 성분을 추출해 의약품이나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원료로 활용한다. KIST 강릉분원은 국내 유일의 천연물연구소다. 지금까지 20건 넘는 천연물 관련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천연물에서 약효가 있는 물질을 추출, 이를 의약품(6건), 화장품(6건), 건강보조식품(6건) 등으로 제품화하는 기술이다.
천연물 특허출원 399건, 특허 등록 실적 215건을 보유했다.
최근엔 우리나라 자생콩에서 피부노화를 획기적으로 방지하는 성분을 찾았다. 콩은 구하기 쉽고 값이 쌀 뿐만 아니라 인체 부작용도 없다.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 원장은 “천연물은 안방에서 나고 자란 원료를 산업화할 수 있는 무기”라면서 “ 우리가 반드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찾은 천연물은 약 3000종에 이른다. 대부분 구전을 통해 약효가 전해져 내려져 온 것이다. 약효 기전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일이 쉽지 않다. 인체내에서 여러 성분이 복합,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단일 성분 위주 연구 방식으로는 효능 분석에 한계가 있다. 같은 천연물이라도 산지, 나이, 기후에 따라 성분, 효능이 다르다. 사업화가 어려운 이유다.
이를 극복하면 대박이 난다. 국내 D제약회사는 쑥을 말린 애엽을 원료로 위염 치료제를 개발, 지난해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반대로 우리가 늦으면 해외에 황금을 낳는 거위를 뺏긴다. 스위스 제약사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인삼에서 사포닌 성분을 분리·정제해 인체 내 기전을 밝혔다. 이를 의약품으로 만들어 지난해 연매출 3000억원을 올렸다. 세계 인삼 제품시장 40%를 점유했다.
하 원장이 “천연물은 효능과 안전성이 경험적으로 입증된 원료”라면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 과학화, 표준화가 필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우리나라 천연물 경쟁력이 해외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면서 “투트랙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물을 의약품화기 위한 기전을 밝히는데는 길게는 10년 이상의 걸린다. 이보다 제품화 문턱이 낮은 화장품, 건강보조 식품을 개발해 빠르게 시장을 키우면서 의약품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 원장은 북한과의 공동 연구, 사업화를 통한 시너지에도 기대를 걸었다. 북한은 남쪽에 없는 1000여종 천연물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천연물 거래는 경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 원장은 “북측에 천연물 재배단지를 구축하고 우리가 원료로 활용하면 천연물 연구 성과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북한과의 경제 협력 모델 가운데 가장 장벽이 낮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하 원장은 천연물과 스마트팜과의 연계 필요성도 언급했다. KIS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스마트팜솔루션(SFS) 융합연구단을 구성했다.
대규모 재배, ICT 기술 접목에 초점을 맞춘 기존 스마트팜 연구와는 관점이 다르다. 천연물의 성분을 균일하게 키우고 약효를 배가할 수 있는 생육법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하 원장은 “천연물 과학화, 표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수준의 천연물 10종을 개발하고 메가히트 의약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강릉=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