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사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안방의 세월호' '제2의 가습기 살균제' 등으로 불리며 피해자 구제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제조물책임(PL)법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개정 PL법에 따른 피해자 배상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라돈 침대 사태를 불러온 대진침대는 DB손해보험의 1억원 한도 PL보험(제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아직 보상 접수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 조사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PL보험은 제조물 품질이나 결함으로 인한 사고 등 PL법에 따라 제조자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을 책임지는 보험이다.
PL법은 2002년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업자 등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다. 제조업자 과실 여부를 떠나 제조물 결함만 입증되면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제품 결함을 입증하고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데 어려움이 컸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질 당시에는 제대로 피해자 구제를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소비자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개정안은 소비자가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피해를 입을 시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임영주 한국PL센터 소장은 “제조물 책임은 제조, 설계, 표시 상의 결함 가운데 한 가지라도 해당하면 결함품으로 본다”면서 “대진침대가 만든 매트리스 원재료에서 라돈이 방출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피해자가 PL법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PL법에 따라 대진침대 측에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방사능 피폭량이 과도해지는 원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제조상 결함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단, PL보험에 따른 배상 책임은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PL보험 배상책임 약관에 방사능 오염 관련 면책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보상 내용을 규정하는 부분도 난관이 예상된다. PL보험은 대인이나 대물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라돈 침대로 인한 암 발생 등은 오랜 시간을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인과관계 입증도 쉽지 않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리콜보험은 생산물에 하자가 있으면 리콜이 되는데 PL보험은 사고조사를 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아직 보상 접수도 없고 보상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