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는 암호화폐 비중이 적은 공공영역 블록체인 프로젝트만 활발한 것은 아니다. 티모 세펠레 알토대학 교수는 유럽 블록체인 업계에서 유명 인사다.
기업 연구원 출신인 그는 5년 전부터 유럽 산업계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다수 연구 보고서는 물론 기업에 실제 활용이 가능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제안했다. 주로 암호화폐 보상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서비스다.
세펠레 교수는 “분산원장기술(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가미한 블록체인 기술과 원래 기술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이더리움 같이 암호화폐 경제에서 작동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분산화라는) 원래 취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없이 DLT만 가미한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 플랫폼을 컨트롤한다는 전제를 깔았기 때문이다.
세펠레 교수는 암호화폐로 보상을 주면서 제대로 동작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구현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핀란드 전력회사에 제안한 연구과제를 예로 들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주택 앞에 전기차가 주차나 신호대기로 멈춘다.
주택은 멈춰선 차에 통신을 통해 충전을 제안할 수 있다. 미리 저정한 상호 조건이 맞으면 차는 주택의 남은 전기를 충전에 쓸 수 있고 주택은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얻는다. 세펠레 교수는 “통신수단만 갖춰지면 이런 방식으로 자기 자산을 비즈니스화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를 구현한 블록체인은 중간 매개자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비즈니스 주체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세계 최대 국제예탁결제회사 유로클리어가 세펠레 교수 연구진에 제안한 과제는 '매개자 역할을 최소화한 부동산거래'다. 부동산 중개업체를 참여시킬 수도 있고 배제할 수도 있다.
세펠레 교수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제안부터 결제까지 상호 개개인으로서 신뢰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거래하는 것”이라면서 “스마트 계약이 포함된 암호화폐 경제가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바를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펠레 교수는 암호화폐가 기존 제도권 화폐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폐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실제로 보안이나 유틸리티 도구 비중이 높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세펠레 교수는 암호화폐는 결제수단은 물론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 경제가 시작되며 많은 영역에서 혁신과 혼란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을 다루는 스타트업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려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다.
세펠레 교수는 과도기에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에 대해 인위적으로 손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혁신은 원래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정부가 막아도 블록체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펠레 교수는 “(정부나 기관이) 블록체인으로 무엇인가 창조하려는 생각도 하지말라”고 덧붙였다. 억지로 물길을 바꾸려는 시도는 결국 혁신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헬싱키(핀란드)=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