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회장은 LG 공익재단 대표로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4300여종 식물을 갖춘 화담숲을 조성하고, 나라꽃 '무궁화' 품종 연구와 보급을 지원했다.
구 회장은 1997년 자연환경·생태계 보존을 위한 공익재단인 LG상록재단을 설립했다. 구 회장은 LG상록재단을 통해 경기 곤지암 일대에 생태수목원 '화담(和談)숲'을 조성했다. “우리 후대에게 의미 있는 자연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평소 의지에 따랐다. 화담숲은 4300여종 이상 식물과 20여개 테마정원으로 조성됐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 화담(和談)은 구 회장의 아호(雅號)이기도 하다. 그만큼 화담숲에 담긴 구 회장의 관심이 각별했다. 구 회장은 실제로 화담숲을 조성하면서 직접 여러 차례 현장을 찾아 살폈다. 숲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화담숲은 연간 입장객이 9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바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에게 자연 생태계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산책길은 경사도가 낮은 데크길로 조성해 보행이 불편한 노인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그마저 불편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숲을 감상하도록 입구부터 전망대까지 친환경 모노레일도 설치했다.
화담숲에는 우수 품종의 무궁화 500주를 식재한 '무궁화 동산'이 있다. 무관심 속 사라져가는 나라꽃 '무궁화' 소중함을 알리려는 구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무궁화는 과거 우리나라에 흔했지만 진딧물이 많아 가꾸기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점점 그 수가 줄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 구 회장이 이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에 LG상록재단을 통해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병충해에 강하고 가정에서도 쉽게 기를 수 있는 국내 첫 '실내용 무궁화 품종'을 개발하도록 했다. 청소년이 무궁화를 친숙하게 접하도록 전국 1000개 학교에 화담숲 인근 양묘장에서 기른 무궁화 묘목을 무상 보급하는 활동도 전개토록 했다.
화담숲은 구 회장 뜻에 따라 반딧불이·원앙·남생이 등 사라져 가는 토종 동식물 복원을 위한 연구의 장으로도 활용됐다. 자연 생태계와 수목의 체계적인 연구에도 기여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자연 생태보호 의지에 따라 LG상록재단은 조류 보호 사업도 활발하게 벌였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황새 복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해왔다. 2000년 LG상록재단을 통해 한반도에서 관찰된 조류 450여종을 망라한 조류도감 '한국의 새'를 발간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외국에서 발간된 조류 도감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조류도감이 있었으면”하고 말했다고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