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회장은 대기업 총수 답지 않은 소탈한 성품과 '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사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승부사였지만, 평소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우러나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구 회장의 존중과 배려는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려는 데서 잘 드러난다. 항상 약속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해 상대방을 기다리는 등 작은 약속이라도 소중히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은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만난 대학원생들과 “다음에 다시 한 번 자리를 만들겠다”며 식사 일정을 약속했는데, 이후 2013년 5월 구 회장이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가게 되면서 일정이 겹치게 됐다. 구 회장은 이 대학원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틀에 걸친 빡빡한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잠깐의 휴식도 마다하고 곧바로 귀국했다.
당시 구 회장은 대학원생들에게 “신용을 쌓는 데는 평생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라면서 “피곤했지만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어제 밤에 귀국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에게도 '자만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 리더로서 배려와 소통을 강조해왔다.
해외 사업장을 찾을 때면 현지 임직원에게 “제가 이곳에서 환영 받고, 또 LG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여러분들이 멀리 타국에서 고생하고 노력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의 겸손한 품성과 더불어 전문경영인에 대한 권한 위임 경영 방식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부분이다.
재벌 총수 같지 않게 소탈하고 검소한 면모도 만나는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일례로 구 회장이 부장 시절 해외출장을 함께 간 기업인사가 귀국해서야 동행한 구 회장이 그룹 회장 맏아들임을 알고 놀랐다는 사실이 전해질 정도였다.
주요 행사에 참석하거나 해외 출장 시에도 비서 한 명 정도만 수행토록 했고, 주말에 지인 경조사에 갈 경우에는 비서 없이 홀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수수한 옷차림에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직원들과도 소탈하게 어울리는 회장으로 재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장 취임 초 그룹 임직원들을 시상하는 행사에 직원들과 똑같은 행사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차림으로 테이블을 일일이 돌며 임직원을 격려하기도 했다.
인재 유치 행사에서는 300여명에 달하는 참가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학생들의 요청에 흔쾌히 셀카 사진도 함께 찍으며 격의 없이 어울렸다. 또 행사장에서 만난 학생들이나 직원들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라고 먼저 권하기는 등 자상하고 마음씨 따뜻한 회장이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