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회장은 국가와 사회정의에 대해 남다른 의식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남다른 의식은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으로 연결됐다. 'LG 의인상'을 제정해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소리 없이 희생한 평범한 사람들의 뜻을 기렸다. 4300여종 식물을 갖춘 화담숲을 조성하고, 나라꽃 '무궁화' 품종 연구와 보급을 지원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기업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영속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더 나은 고객의 삶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공헌에 대한 남다른 철학으로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사회 각계로부터 '존경 받는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뜻으로 제정한 'LG 의인상'이 대표 활동이다.
구 회장은 2015년 LG복지재단을 통해 'LG 의인상'을 제정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현재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소방관, 경찰, 군인 등 '제복 의인'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크레인·굴착기 기사와 같은 '시민 의인' 등 70명이 넘는 수상자를 배출했다.
구 회장은 LG의인상 외에도 의로운 행동과 투철한 책임감으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된 이들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2017년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은 유가족에게는 사재로 위로금 1억원을 전달해 많은 이들이 감동받았다. 당시 숨진 사병 아버지가 자식을 잃은 비통함 속에서도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구 회장은 “자신의 자식을 잃은 큰 슬픔 속에서도 사격훈련 중 빗나간 탄환을 쏜 병사가 지니게 될 심적 타격과 그 부모 마음까지 헤아린 사려 깊은 뜻에 감동받았다”며 사재를 전달했다.
앞서 2015년 LG는 구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뜻에 따라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폭발로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은 2명 젊은 우리 군 장병에게 치료와 재활 등에 쓰이길 바라며 각각 5억원씩 위로금을 전달했다.
구 회장은 대학 지원을 통한 사회공헌 실천도 적극적으로 행했다. 구 회장은 대학교수들을 선발해 1년간 해외연구를 지원하는 '연암해외연구교수 지원사업'을 지속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환율 상승으로 해외 연구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구 회장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인재 양성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신념 하에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지원을 계속했다.
1995년 'LG 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학생들에게 해외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국내 최초·최장수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들은 탐방 주제와 국가에 제약을 두지 않고 세계 최고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1995년 이후 총 759개 팀, 2896명의 대원들이 66개국 884개 도시 현장을 직접 탐방했다.
구 회장은 후대에 자연환경·생태계 유산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1997년 자연환경·생태계 보존을 위한 공익재단 'LG상록재단'을 설립했다. LG상록재단을 통해 경기 곤지암 일대에 생태수목원 '화담(和談)숲'을 조성했다. “우리 후대에게 의미 있는 자연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평소 의지에 따랐다. 화담숲은 4300여종 이상 식물과 20여개 테마정원으로 조성됐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 화담(和談)은 구 회장의 아호(雅號)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실제로 화담숲을 조성하면서 직접 여러 차례 현장을 찾아 살폈다. 숲을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사업을 구상하기도 했다.
화담숲은 연간 입장객이 90만 명에 달한다. 산책길은 경사도가 낮은 데크길로 조성해 보행이 불편한 노인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입구부터 전망대까지 친환경 모노레일도 설치했다.
화담숲에는 우수 품종의 무궁화 500주를 식재한 '무궁화 동산'이 있다. 무관심 속 사라져가는 나라꽃 '무궁화' 소중함을 알리려는 구 회장 뜻이 반영됐다.
LG상록재단을 통해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병충해에 강하고 가정에서도 쉽게 기를 수 있는 국내 첫 '실내용 무궁화 품종'을 개발하도록 했다. 청소년이 무궁화를 친숙하게 접하도록 전국 1000개 학교에 화담숲 인근 양묘장에서 기른 무궁화 묘목을 무상 보급했다.
화담숲은 구 회장 뜻에 따라 반딧불이·원앙·남생이 등 사라져 가는 토종 동식물 복원을 위한 연구의 장으로도 활용됐다. 자연 생태계와 수목의 체계적인 연구에도 기여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자연 생태보호 의지에 따라 LG상록재단은 조류 보호 사업도 활발하게 벌였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황새 복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한다. 2000년 LG상록재단을 통해 한반도에서 관찰된 조류 450여종을 망라한 조류도감 '한국의 새'를 발간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