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법(PL법) 개정안 시행으로 제조물책임보험(PL보험)에 대한 중소기업 관심이 커졌다. 피해자 입증부담이 완화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포함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보험 가입 필요성이 늘었다.
15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PL법 개정안 시행 이후 중기중앙회 파란우산공제에서 운영하는 PL단체보험 가입 문의가 크게 늘었다. 외국에 비해 국내 관련 소송이 빈번한 편은 아니지만 소비자 보호 강화 추세와 맞물려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PL법은 2002년 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업자 등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다. 제조업자 과실 여부를 떠나 제조물 결함만 입증되면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제품 결함을 입증하고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정안은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피해를 입을 시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피해자 입증책임이 상당부분 완화된 셈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결함 입증이 어려워 보상을 받기 어려웠던 피해자도 개정안 시행에 따라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품 판매업자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부분이 추가돼서 유통업자나 바이어가 보험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PL보험은 제조물 품질이나 결함으로 인한 사고 등으로 발생한 제조자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상 한도, 자기부담금 비율, 업종, 내수·수출 비중 등에 따라 보험료가 산출된다. PL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히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중소기업 가입률이 낮은 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PL단체보험은 중소기업 3500여개사가 가입했다. 총 보험료는 연 130억원 규모다. 단체 가입으로 손해보험사 개별 상품 가입 대비 보험료가 20~28% 저렴하다. 기업·업종 따지지 않고 모두 가입 가능하다. 중기중앙회 이름으로 증권이 발급되고 중앙회와 연계한 6개 손보사가 공동지분을 갖는다. 주간사는 삼성화재다.
17일에는 '중소기업 PL 리스크 관리 설명회'를 개최하고 PL법 개정에 따른 중소기업 대응방안과 최근 PL동향, 사고사례 등을 공유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PL 사고사례집도 무료 제공 예정이다.
박경미 중소기업중앙회 보증공제부장은 “징벌적 손해배상금에 대한 특약 등 법 개정에 따른 상품 개발도 지속 진행 중”이라며 “PL보험이 소비자 보호 강화 추세에 맞춰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가입을 문의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