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큰 이변이 없으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1·2차 희망퇴직자 접수까지 끝나 폐쇄 단계를 밟고 있다. 군산공장은 최소 경비 인력만 남았다. 벌써부터 인근 원룸 단지, 식당가, 중장비 대여업체 등에는 매매나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고 있다. 한때 지역 경제를 이끌던 군산공장이 역사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군산공장은 1996년 대우 '누비라' 1호 차를 출고하면서 가동을 시작했다. 대우자동차 레조와 누비라 생산기지에서 2002년 GM에 인수된 이후 라세티와 라세티 프리미어, 쉐보레 올란도, 올란도, 올 뉴 크루즈 등을 생산했다. 협력업체는 137개, 근무 인원은 1만728명에 달했다. 군산 지역 총 생산액 26%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 거점이었다. 정부는 군산시를 '고용 위기 지역 산업 위기 대응 특별 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나올 지는 미지수다. 지역에서는 GM이 직접 또는 다른 자동차 업체가 군산공장 정상화 시나리오를 바라지만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정부와 민간 공동으로 군산공장을 전기자동차 생산단지로 육성하는 방법은 어떨까. 인근 광주시의 전장 산업 육성기조와 함께한다면 시너지가 크다. 광주시와 군산을 하나의 전기차 벨트로 엮는 방법도 가능하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산업단지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생산을 위한 대규모 제조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최근 '2023 새만금 세계 잼버리대회', 예비 행사인 '2021 프레대회'에 맞춰 레포츠로 특화된 전기자동차를 선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도 '전기상용차 자율주행 기반 전진기지 조성사업안'을 이 총리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선진국에 맞서 한시라도 먼저 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자동차 제조 시설, 운영 노하우, 전문 인력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군산공장을 살리기 위한 현실 대책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세금을 쓰는 재정 지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끄자는 단기 대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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