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와 에어컨에 사용하는 핵심소재 냉매 가격이 1년전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냉매 값이 오르면서 관련 가전 업계에 단가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가 냉매 시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시장조사업체 선서스(Sunsirs)에 따르면 4월말 기준 냉매 원재료인 형석의 중국 현지 시세는 톤당 2725위안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8.15%나 올랐다. 지난해 초 1400~1500위안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형석 시세가 폭등한 배경으로는 중국 환경규제를 꼽을 수 있다. 중국정부는 환경오염 유발 물질 관련 공장을 폐쇄하고 있다. 형석 역시 환경규제 영향권에 들어갔다. 냉매 가운데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제품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형석 가격이 올라가면서 냉매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우리나라는 냉매 상당수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GWP 높은 냉매부터 이를 대체할 저 GWP 친환경 냉매까지 다양한종류 냉매를 사용하고 있다. 에어컨과 냉장고 등 기기에 따라 사용되는 냉매가 다르다.
상업용 냉장고에서는 R22 냉매를 많이 사용하는데 해당 냉매 역시 현지 규제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R22 냉매는 친환경 냉매보다 냉장 효율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업계 수요가 상당하다. R22 냉매 공급이 감소하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를 대체할 냉매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냉매 전반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게다가 중국 현지 냉매 수요도 늘어나면서 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중국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최근 1년 사이 냉매 가격이 두 배 이상 뛴 것이 사실”이라며 “냉매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단가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당 4000원대였던 R22 냉매는 1만원을 넘길 기세”라고 설명했다.
에어컨과 상업용 냉장고는 냉매 가격 상승에 예민하다. 다만, 가정용 냉장고는 냉매 주입량이 적어 단가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에어컨과 상업용 냉장고는 들어가는 냉매는 많게는 2㎏에 이른다. 이 때문에 냉매 가격 상승 체감이 크다. 상업용 냉장고는 R22 등 냉매를 사용하지만 단가가 더 높은 친환경 냉매로 넘어가는 추세다.
에어컨의 경우 공조기에 냉매를 주입한다. 이는 에어컨 제조사보다는 에어컨을 현장에서 설치하는 설치업체에서 부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에어컨 설치업계 관계자는 “냉매 시세가 그간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제조사를 중심으로는 가격 단가 압력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냉매 시세 추세에 관심이 모아진다. 냉매 가격 고공행진이 장기화될 경우 단가 인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