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단가인하 '소급적용'으로 하도급대금 깎은 LG전자에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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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하도급업체에 스마트폰 부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인하된 납품단가를 소급 적용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LG전자는 공정위가 지적한 소급 금액을 하도급업체에 즉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급 적용은 하도급업체와 합의한 사안인 만큼 공정위 위법 판단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G전자의 하도급법 위반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33억2400만원을 부과했다고 25일 밝혔다.

LG전자는 하도급 업체에 스마트폰 부품 제조를 맡기고 주로 분기별로 생산성 향상,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해당 부품 납품단가를 조정했다. 2014~2017년 24개 하도급 업체에 제조를 위탁한 총 1318개 품목에 대해 납품단가를 인하하기로 합의한 후, 인하된 납품단가를 합의일 이전으로 소급 적용했다.

LG전자는 최소 1일에서 최대 29일까지 소급 적용해 24개 하도급 업체의 하도급대금 총 28억8700만원을 감액했다. 감액 행위로 24개 하도급 업체는 종전 단가로 납품해 입고까지 완료된 부품에 대해 평균 1억2000만원 손실을 감수했다.

성경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스마트폰은 주로 G3, G4, G5 모델”이라며 “최대 9차례에 걸쳐 부품 단가를 인하하고 소급 적용한 품목도 있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월말 정산에 따른 소급 적용이며, 이에 대해 하도급 업체와 합의·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납품단가 인하를 1월 23일 합의했다면, 월말인 1월 31일에 정산하기 때문에 1월 1~31일 납품돼 입고된 품목에 대해 인하된 단가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하도급대금 감액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종전에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소급 적용한 경우에만 하도급법 위반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2013년 하도급법 개정으로 관련 내용이 삭제돼 수급사업자와 합의·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소급 적용 자체가 위법이다. 하도급 거래에서 이뤄진 합의·동의는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공정위는 감액한 하도급대금 총 28억8700만원을 지연이자(약 11억원)와 함께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라고 명령하는 한편 과징금 33억2400만원을 부과했다.

다만 법 위반 중대성·고의성이 낮다고 보고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법 위반 금액이 LG전자 MC사업본부(스마트폰 담당) 하도급 거래액의 0.12%에 불과해 중대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상황에 따라 LG전자가 하도급대금을 가액한 사례도 있어 고의성도 낮다고 봤다.

공정위 제재와 관련 LG전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전자는 “단가 인상과 인하 모두 동일하게 적용 시점을 사전에 협력업체와 합의했다”며 “그럼에도 공정위가 인하 부분만 획일적으로 법 위반으로 해석한 부분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합의 방식이 유효한지 여부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률적 판단을 받겠다”며 “공정위가 소급 금액으로 지적한 금액은 협력업체에 즉시 지급하겠다. 1, 2차 협력업체 대상 자금지원 등 상생협력 노력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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