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대규모 투자 등 경영 공백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법원은 장고 끝에 결국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뇌물죄 입증에 성공한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대통령 수사까지 탄력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장을 잃은 삼성은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장석 영장전담판사는 17일 새벽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16일 오전 특검 사무실을 거쳐 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무려 7시간30분에 걸친 긴 시간 심리를 진행했고,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법원 결정을 기다렸다. 결국 17일 새벽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서울구치소에 대기하고 있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 구속 수감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영장 기각을 기대했던 삼성은 충격에 빠졌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다. 때문에 이 부회장 공백은 삼성 경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 경영인이 있지만,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 중요한 결정은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부터 검토해 온 삼성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신인도 하락도 문제로 지적된다. 뇌물혐의가 최종 확정되면 미국이 반부패방지법(FCPA)에 따라 삼성을 강하게 규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삼성은 곧바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포함한 대응체제 마련에 나서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 구속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삼성이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잡을 경우 협력사 등에 연쇄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신규 사업 추진도 동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계열사 대표들이 자율적으로 경영하기 때문에 당장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어떤 것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반면 특검 수사 활동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핵심 쟁점이던 삼성전자의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지원에 대한 대가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뇌물을 제공한 대상인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포함해 수사 강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SK와 롯데, CJ, KT 등 특검 조사를 앞둔 대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특검 활동기간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고, 조사대상 그룹 총수들 역시 구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