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결국 선장 잃은 삼성…비상경영체제로도 불안한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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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선장을 잃은 삼성은 총수 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다. 당장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수합병(M&A)과 지배구조 개편 등 중요한 경영적 판단에서 총수 공백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17일 새벽 이재용 부회장에 구속 영장을 결국 발부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즉각 구속됐다. 영장 기각을 기대했던 삼성은 역대 최대 위기에 빠졌다.

삼성은 그동안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이 부회장 공백을 채우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효율적인 시스템 경영체제를 갖춘 만큼 단기적으로 사업이나 재무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갑작스런 변화를 주기보다는 삼성 각 계열사와 부문별 대표가 맡은 영역을 지휘하면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집단경영체제 도입이 유력하다. 삼성은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도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한 바 있다.

외신 등 일각에서 이건희 회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제기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한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더라도 총수 공백으로 인한 중장기적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도 총수 공백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구속수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사업적으로는 대외 신인도 하락이 가장 우려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반부패 기업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미국 반부패방지법은 미국 외 국가에서 뇌물을 준 것에 대해서도 처벌하고 사업을 제재한다. 기업간 사업협력에 있어서도 부패 기업이란 오명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도 잠정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함에 따라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검토에 착수했다. 검토를 마치고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 구속으로 모든 계획이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해 온 M&A와 투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9조원을 투입하는 하만 인수도 총수 공백 영향을 받게 됐다. 최근 하만 일부 주주가 삼성의 하만 인수를 반대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인수하는 기업인 삼성 최고경영진이 피인수 기업 주주를 대상으로 한 설득작업 등을 벌이지만 총수 구속으로 물리적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됐다.

하만을 인수한 후에도 초기 투자 등에서 차질이 예상된다. 미래 성장동력인 전장부품 사업을 키우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최종 투자 결정을 승인할 이 부회장 공백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M&A 시도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4년 이후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비브랩스, 하만, 데이코, 조이언트 등 글로벌 기업 M&A로 성장동력을 확보해왔다. 분기당 3~4개 이상 글로벌 기업에 지분투자도 단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결정과 오너가 할 수 있는 결정은 차이가 있다”면서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이 투입되는 M&A를 오너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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