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베일을 벗었다. 국내 통신사 KT뿐 아니라 유통, 비금융 주주회사 역량을 접목해 모바일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진짜 모바일 은행`으로 이용자 생활에 녹아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4일 금융위 케이뱅크 본인가 승인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심성훈 행장은 “10년 후 자산 15조원 규모 `넘버 1` 모바일 은행이 되겠다”며 “최종 점검을 거쳐 이르면 새해 1월 말 공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간편송금, 대출 등 기존 은행권 모바일 서비스와 유사한 점도 있지만, 다양한 주주사들과 IT를 활용해 경계를 허문 금융서비스에서 차별점을 보였다.
우선 주주사인 GS리테일 전국 1만여개 편의점 현금자동화기기(CD·ATM)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계좌 개설, 체크카드 즉시 발급 등이 가능한 `스마트 ATM`을 내년 상반기부터 주요 거점 편의점을 중심으로 구축, 운영할 계획이다.
또 KT 통신 이력, 가맹점 매출정보 등 활용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빅데이터 분석 기반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한다.
고객금융센터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다. 전화상담 내용을 자동으로 문자로 변환시켜주는 음성인식기술(STT), 이메일, 메신저 등 모든 상담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텍스트분석(TA) 등 솔루션을 도입했다. 향후에는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챗봇(Chatbot)으로 대기시간 없이 실시간 고객을 응대할 예정이다.
또 2030세대를 겨냥, 음악 듣기 이용권이나 통신 데이터 등을 이자로 주는 새로운 시도도 눈에띈다. 음원사이트 KT뮤직 지니를 활용해 이용자가 선택시 이자를 음원 이용권으로 받을 수 있다. 통신데이터, 주문형비디오(VoD)는 물론 편의점, 온라인 커머스 제휴 등으로 디지털 혜택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여행지 현장에서 바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등 주주사 및 제휴사와 협력해 다양한 생활금융 상품을 마련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서비스는 앞서 2008년 일본에서 출범한 지분뱅크(Jibun bank)의 성공모델과 유사하다. 지분뱅크는 이통사 KDDI와 일본 최대 은행 도쿄미쓰비시은행(BTMU)이 50 대 50 합작으로 세운 은행으로 스마트폰과 통신사 역량이 성공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KDDI 고객을 상대로 BTMU 금융노하우를 활용해 거의 모든 종류 소매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배경에는 KDDI 통신고객 3000만명 고객 기반 프리미엄 우대서비스 제공으로 새로운 고객 창출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KT 또한 20년 이상 사업을 하면서 상당한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그만큼 고객 소비패턴이나 사회관계 등 정보를 통해 자체적인 신용도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잘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은행법 개정이 표류하면서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본래 취지가 무색해져 반쪽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성공적 안착과 향후 증자를 책임질 대주주 확보를 위해 반드시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심 행장은 “혁신 주체인 IT기업 지분보유가 4%에 제한된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자본비율(BIS)을 준수하기 위해서도 초기 3년간 약 2000억~3000억원 증자가 필요하다“며 ”증자를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대주주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위원장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 모바일 뱅킹과 차별화되기 위해 금융과 IT(플랫폼 등)이 완벽하게 융합돼야 한다”며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처럼 IT기업이 설립 초기부터 경영권을 안정적〃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뒷받침이 하루라도 빨리 정비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