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숫자로 알아보는 국내 最古⑧] `한국 설탕의 산역사`…63년 전통 CJ제일제당 `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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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설탕 제품 제작 작업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최근 식생활에서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정부까지 나서 섭취를 줄이자고 하는 기초 식재료가 있다. 바로 설탕과 나트륨(소금)이다. 이중 설탕은 제과제빵은 물론 각종 요리에 두루 사용될 정도로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설탕의 역사는 약 1만년 전부터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나라에선 고려 명종때(1260년) 쓰인 이인로의 `파한집`을 통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약재로만 사용됐고, 본격적으로 일반인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20세기가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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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초창기 설탕 제품.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본의 제당업체인 `대일본제당`은 평양에 사탕무를 원료로 한 공장을 세웠다. 그러나 생산능력의 한계로 인해 대부분은 일본에서 생산 가공된 완제품이 수입됐다.

우리만의 근대화된 설탕공장이 들어선 것은 1953년이다. 다방문화의 확산과 미군 등을 통한 서양문화의 급속한 전파 등으로 설탕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해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은 `생활필수품을 우리 손으로 직접 제조하자`는 뜻으로 부산 전포동에 설탕공장을 짓고 국내 최초로 국산 설탕 생산에 나섰다. 제일제당 설탕공장은 해방 후 남한에 건설된 최초의 현대적 대규모 생산시설이었다.

이 공장의 초기 기계설비는 일본에서 들여왔다. 공장건설과 생산설비 설치 후 시운전을 시작한 날은 1953년 10월 28일. 하지만 바로 설탕을 생산하지 못했다. 원심분리기가 균형을 잃고 요동을 치고 심한 마찰음을 냈고 생산된 설탕도 콩깻묵 같아 상품가치가 없었다.

기계 조작방법과 공정에 대해 재점검하고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면서 결함을 찾아내고자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하게 용접기술자가 원당의 투입량 조절을 건의해 실험한 결과 기대하던 고순도의 설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날이 시운전 8일 만인 11월 5일이다. CJ제일제당(당시 제일제당)은 이 날을 회사 창립기념일로 정했다.

당시 수입 설탕은 1근(0.6㎏) 당 300환이라는 비싼 값으로 거래됐다. 같은 중량의 소고기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제일제당은 설탕 값을 1근당 100환으로 정했다. 당시 국내 유일의 설탕 생산업체로 적당한 수준에서 가격을 내릴 수 있었지만 적정이윤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았다.

수입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던 설탕에 반한 국민들의 반응으로 제일제당은 공장을 24시간 연일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 정도가 됐다. 결국 1954년 4~12월까지 생산시설을 두 배로 확장했다. 그해 제일제당은 국내 설탕 총 소비량 2만8923톤의 33.3%에 해당하는 9635톤의 설탕을 생산했다.

1960년대부터는 음식을 만들 때도 설탕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신세계 상업사 박물관에 따르면, 당시 인기 있는 명절 선물은 설탕, 밀가루와 쌀, 계란, 돼지고기, 참기름 등 농수산물이었다. 설탕은 특히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에 최고의 선물이었다. 손님이 찾아오면 설탕물 대접하는 경우도 흔했고, 배가 아프면 따뜻한 설탕물을 약 대신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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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각설탕 제조기.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제일제당은 1963년 가정용 소형 포장 제품 출시를 결정하고 새로운 상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내에서 상표명을 공모한 결과, 당시 영업과 여사원 김구혜 씨가 응모한 `백설표`가 채택됐다. `백설` 브랜드는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며 설탕뿐 아니라 전체 가공식품 분야에도 사용이 확대된다.

이처럼 국내 최초로 설탕 사업을 시작해 60여 년간 단맛의 역사를 이끌어 온 CJ제일제당은 2000년대 들어 불기 시작한 건강 트렌드에 따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당 성분에 주목하고 `자일로스`와 `타가토스` `알룰로스`를 활용해 기존 액상당 제품에 비해 칼로리를 대폭 낮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현지 CJ제일제당은 현재 기업용(B2B)과 일반 소비자용(B2C)을 합쳐 하루에 약 1500톤의 설탕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1년에 약 55만톤에 해당하는 수치로, 우리나라의 연간 사과 수확량(2015년 기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중 기업용 제품 비중이 약 93%에 달한다. 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2013년~2015년)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향후에는 현재는 미미한 수준인 기능성 감미료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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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설탕 창고. 사진=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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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설탕 포장 작업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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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이후 출시된 가정용 설탕 소형 포장. 사진=CJ제일제당 제공

-1953년 11월 5일 (국내 최초의 설탕 제조공장에서 고순도 설탕을 제조한 날)

-300환 (1953년 당시 수입설탕 1근당 가격, 같은 중량 소고기 값의 2배)

-1963년 (가정용 소형 포장 제품 출시연도, `백설` 상표 도입)

-1500톤 (CJ제일제당이 하루 생산하는 총 설탕량)

-55만 톤 (국내 연간 사과 수확량, CJ제일제당의 연간 설탕 생산량)

정영일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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