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서울산업진흥원(SBA) 강소기업팀장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를 보다 보면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이란 용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강소기업이라고 부른다. 최근 강소기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세계 일류기술을 가지고 수출시장에서 대한민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빠른 성장을 위해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폈기 때문에 초일류기업이 많이 탄생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고용안정성이 줄어들면서 정년퇴직의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의 흐름 속에 강소기업이 왜 성장해야 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있고 더 이상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의 본보기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대기업을 선호하는 구직문화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중소기업의 경우 좋은 기업이라도 구직자들이 기업을 알지 못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칭이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금년 4월 청년실업률이 지난 2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10%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4월 기준으로 따지자면 10.9%로 역대 최고치라고 하는데 청년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원하는 직장을 구할 수 없이 실업자로 나앉고 있다. 기술력과 고용환경이 우수한 강소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이유가 더 이상 대기업만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얘기이겠지만 그동안 굴지의 대기업이 군림해온 해운업, 조선업이 조만간 구조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현실은 더 암울할 것이다.
지금은 강소기업 성장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인재라고 말할 수 있다. 독일처럼 산업기술력이 우수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지역에 강소기업이 많고 체계적인 직업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많다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에 좋은 인재가 몰리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재공급이 지역 내에서 선순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많아지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존해 판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당당히 대기업과 경쟁하고 세계적인 기술력과 독자적인 브랜드 제품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하청관계만으로는 결코 우수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 협력관계의 중소기업 사장과 임직원이 흘린 땀방울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중소기업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대기업은 탄탄한 영업망과 마케팅을 기반으로 수출을 주도해 분업화의 모델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한 것 자체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로를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부도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함께 도산하거나 소위 말하는 납품가격 단가 후려치기의 고통을 감수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생존을 이어가야 했다. 중소기업이 이러한 사업구조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기에 대기업도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하고 중소기업도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선진국형 강소기업이 많이 배출돼야 좋은 일자리에 훌륭한 인재가 많이 모일 것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산유물이 아니다. 물론 강소기업이라고 해서 다 좋은 일자리 기업은 아니겠지만 이제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취업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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