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구화 된 ‘경제민주화’…대안 없이 공방만

‘경제민주화’가 정치 도구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총선이 가까워지며 야당이 경제민주화 성과를 집중 비판하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일자리가 곧 경제민주화’라며 반발했고,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마땅한 대안 없이 공방이 이어지며 정작 경제민주화 정책은 갈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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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경제민주화 상징인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한 게 직접적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교사’로 불렸다.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한 후 “우리의 정치민주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경제의 민주화는 초보 단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총선에서 불평등을 해결하고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팽개친 경제민주화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은 야당 지적을 반박하며 ‘일자리 창출’로 맞불을 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신년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거의 다 지켜졌다”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고 부족한 점은 입법을 통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곧 개혁이고 성장이며 복지”라며 “새누리당의 다른 이름은 ‘일자리 창출 정당’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여야 공방으로 난처해진 공정위는 해명에 적극 나섰다. 이례적으로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경제민주화 성과를 알렸다. 18일에는 경제민주화 성과를 정리한 참고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 철저한 실천과 집행력 강화로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율,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경제민주화 과제 입법화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정치 도구로 이용하고, 정부가 소모적인 해명을 반복하며 정작 경제민주화는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갈팡질팡 하고 있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공정위가 제시한 6개 경제민주화 법안은 수개월째 국회에 계류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3년에는 경제민주화 입법과제 8개가 통과됐지만 이후에는 계속 지지부진한 모습”이라며 “많은 법안이 여야간, 혹은 당 내부에서 이견이 있거나 재계 반대에 막혀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과제 입법화 현황(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정치도구화 된 ‘경제민주화’…대안 없이 공방만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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