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외환제도 16년만의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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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외국환거래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방침 아래 ‘외환제도 개혁방안’을 마련했다. 과거 제도 개선 작업을 기존 규제 유지를 전제로 진행했다면 이번 개혁은 패러다임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999년 ‘외국환거래법’ 시행 이후 16년 만의 대수술이다.

국내 외환거래체계는 ‘외국환관리법’이 외환거래법으로 대체되면서 한 차례 업그레이드됐다. 당시만 해도 높은 수준 외환자유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자 외환자유화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졌다. 1999년과 비교해 지난해 무역규모는 4.2배, 외환거래는 6.6배씩 증가했다. 내국인 해외송금 건수도 410만건에서 1020만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자연스레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현 체계에 따르면 외국환 지급·수령 시 외국환은행 사전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형식상 자본거래가 자유롭지만 사전 신고절차로 인해 사실상 거래가 제한된다.

불법거래 억제와 감시 목적으로 도입된 조치가 외환자유화 체감도를 반감시켰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개인·기업 대외거래 자율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금융 시대 국내 금융기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9일 나온 개혁방안은 이에 대응하고자 단순 규제 완화를 넘어 기본 원칙을 바꾸는 조치를 다수 담았다. 외환 지급·수령 과정에서 은행 확인절차를 간소화했다. 거래액 관계없이 은행에 사유를 통보하는 것만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은행의 거래내역 확인의무는 사실상 폐지된다. 신고가 필요 없는 자유거래금액 상한이 2000달러에서 1만~2만달러대로 크게 높아진다.

자본거래 사전신고제는 원칙 폐지된다. 신고서류 준비와 사실상 허가제 운용으로 거래가 지연되고 비은행 금융사 외환거래가 제약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현 ‘원칙적 사전신고, 예외적 자유’로 규정된 포지티브규제를 ‘원칙적 자유, 예외적 사전신고’ 네거티브규제로 전환한다. 금액·유형별로 사전신고가 필요한 거래를 선정하고, 그 외 자본거래는 사유 통보만으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바꾼다.

기업 활동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대외채권 회수의무도 사라진다. 종전에는 50만달러 넘는 대외채권 보유 시 채권만기로부터 3년 이내 국내로 회수해야 했다. 이로 인해 기업·금융사 자산관리 자율성이 제한됐다.

앞으로 회수의무는 사실상 폐지되고 ‘세이프가드’ 규정으로 대체된다. 급격한 자본유출 등 외화유동성 경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시에만 회수를 의무화한다.

외환거래 자유화 수준이 높아지는데 따른 불법거래와 해외 자산 도피 등은 우려 요인이다. 자본거래 신고와 지급·수령 증비서류 제출 폐지로 불법 외환거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외환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능동적 대응체계를 마련한다. 외환전산망에 집중된 거래정보를 일정 기준에 따라 분석해 위반 혐의 거래를 자동 적출한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등 관련 기관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외환당국 간 공동검사를 정례화한다.

사전 규제는 완화했지만 사후 제제 강도는 더 높인다. 허위 통보·신고, 불법자산도피, 자금세탁 등에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실질적 제재가 되도록 형벌과 과태료금액을 상향 조정한다.

정부는 여러 위험요인이 존재하는 한 모든 절차적 제도를 없애는 완전한 외환거래 자유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외환거래 자유화 수준을 제고하는 동시에 충분한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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