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핀 상용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중견 반도체부품소재 기업이 대면적 그래핀을 양산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10여년 간 제자리걸음을 걷던 그래핀 연구가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로 꼽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엄지 손톱만 한 그래핀을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크기가 작고 품질도 균일하지 못해 적용범위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기술이 가장 앞섰다는 해외업체가 방열필름이나 전자잉크에 일부 적용하는 수준이다.

개발된 기술은 그동안 한계로 여겨졌던 대면적을 실현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34인치로 크기를 키우면서도 성능이 균일해 첨단 디스플레이나 투명전극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7시간 가까이 걸리던 그래핀 합성 시간을 17분으로 줄여낸 것은 혁신 그 자체다. 소재 연구에 그치지 않고 양산 합성 장비를 별도로 개발해 이뤄낸 성과다. 증착 기술을 활용해 그래핀 넉 장을 합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급속열처리 기술로 공정 시간을 단축 시켰다. 반도체부품소재를 개발해온 오랜 노하우가 기반이 됐고 반도체 장비 업체와 협업이 주요했다.

그래핀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은 모두 갖췄다. 대면적 양산 기술 성공 소식에 벌써부터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 협력을 제안하고 제품 구입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때마침 정부도 그래핀 상용화를 추진키로 하면서 세계 기술을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소재·부품은 지난해 무역흑자 10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단군 이래 최대 성과지만 미래가 불안하다. 중국세에 밀려 디스플레이는 추격을 당했고 메모리 반도체도 수년 내에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바통을 이을 유력 후보는 그래핀이다.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