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서울에 ‘구글 캠퍼스’를 연다는 발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반가운 소식이다. 런던과 텔아비브에 이어 아시아 최초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하지만 세계 최고 인터넷 기업이 한국 스타트업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가 남다르다.
구글 캠퍼스는 스타트업에 단지 좋은 조건으로 업무 공간을 주는 차원을 넘어 멘토링과 교육까지 지원한다. 세계 각국을 아우른 구글 네트워크를 타고 해외 진출이나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 일례로 런던 구글 캠퍼스는 2012년 개관 후 1년 만에 7만명 이상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혜택을 받았다. 274개 스타트업이 3400만파운드(약 57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직 해외 성공 사례가 드문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새 돌파구를 만난 셈이다. 서울에서 창업한 뒤 3개월간 캠퍼스 런던에서 일한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네트워킹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구글 캠퍼스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글도 얻을 게 많다. 한국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수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은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도 90%를 웃돈다. 상품도 좋고 손님도 많은 시장에 편의시설을 세우니 실적은 더 올라가게 마련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고 더 살뜰히 보살피는 지혜다.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구글 행보와 달리 우리 대기업의 스타트업 전략은 빈곤하기 짝이 없다. 삼성, LG, SK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있지만 협력사 지원 말고 스타트업을 제대로 키우려는 사례는 드물다. 그나마 네이버, 넥슨과 같은 일부 인터넷 대기업이 자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렇다 해도 구글처럼 파격적인 지원에 이르지 못한다.
소프트파워 가치는 매우 크다. 삼성이 중국에서 샤오미에 덜미를 잡힌 것도 결국 소프트웨어파워가 약한 탓이다. 대기업은 금고에 쌓아둔 막대한 현금을 이제라도 국내외 스타트업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 스타트업을 미래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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