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겼다. 어린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비롯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면서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관가도 예외는 아니다. 예정됐던 많은 행사를 취소했고 불가피한 행사는 최소한으로 축소해 진행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는 필요하지만 침묵하는 상황이 답은 아니다. 현재와 같은 재난이 왜 발생했는지, 다음에는 이런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 정부의 부실한 재난 대응체계 문제점이 여러 모로 드러났다. 재난에 대한 총괄적인 컨트롤타워가 부재함은 물론이고, 재난망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점도 나타났다. 항상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면 후속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부처 간 협업에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예산 배정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망만 해도 사고가 생기면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막상 정부 예산을 반영하는 단계로 접어들면 후순위로 밀린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제대로 재난망이 갖춰졌다면 이번 사고 희생자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지금도 재난망은 여전히 경제성을 따지며 후순위 정책으로 밀려 있다.
경제성 논란으로 재난망 구축을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 안전은 그 어떤 경제성보다 우선해야 하는 가치기 때문이다.
재난망과 별도로 국가적인 재난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적인 재난이나 사회문제 발생 시 범부처 차원에서 공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는 국무총리실은 물론이고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안정행정부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대응체계가 조기에 가동돼야 했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이 “범부처 차원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갖춰지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일시에 집결해 대책을 논의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한 말이 희망사항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