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국형 AI 연구체계 확립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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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KAIST 전산학-인공지능 명예교수

현재 세계는 바야흐로 '인공지능(AI) 기술패권 전쟁'의 시대다. 2022년 말 챗GPT의 등장 이후 AI 기술은 단순한 산업 발전을 넘어 국가 간 치열한 기술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오픈AI를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역시 AI 분야에서 글로벌 패권을 위해 막대한 자금과 전문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영국·프랑스·일본·인도 등 다른 주요 국가들도 정부 주도의 강력한 AI 지원 정책을 통해 자국의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는 국가의 생존과 미래가 달린 AI 기술 확보를 위한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I 대학원 사업으로 AI 분야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AI 연구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KAIST, 연세대, 고려대, 포스텍 4개 대학에 AI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 거점을 구축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AI 박사급 연구자가 많이 부족하고, 컴퓨팅 인프라 또한 경쟁 국가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 역시 협소하다. 이런 환경에서 글로벌 차원의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차원의연구 체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가 차원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가의 AI 수준이 우리나라와 비등한 영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AI 연구 체계 수립에 크게 투자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 창시자이자 AI의 선구자인 앨런 튜링을 기리는 '앨런 튜링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영국 최고 대학과 민간기업, 정부가 협력해 운영한다. 현재 본부에만 400여명의 연구원이 상주하며 전국 65개 대학 및 50여개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협력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영국 정부가 이 연구소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는 자국의 연구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자 함은 물론이고, 또 지속적으로 그 역량을 유지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영국식 연구 모델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AI연구거점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별적이고 분산적인 지원 방식이 아니라,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연구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제한된 관심과 투자 규모로는 글로벌 AI 기술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국가AI연구거점에서는 연구원들이 대학원에서의 연구와 훈련을 이어서, AI의 기반 기술과 산업 적용에 대해 깊이 있는 추가 연구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 연구하는 그 기술이 적절히 무르익었을 때 창업을 하거나 산업에 직접 적용, 혹은 기술전수로 국가의 지원에 보답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AI 연구계 상황을 감안한 한국형 AI 연구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가 데이터센터와 첨단 컴퓨팅 자원을 확충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AI 연구 인력이 컴퓨팅 자원에 부족함을 느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가 없다. 둘째, 연구인력을 위한 교육, 후생 지원을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하고, 양성된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대학과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촉진할 수 있는 AI 기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공동 연구 프로그램과 AI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활성화가 필요하다.

국가와 연구진 모두가 경쟁력 있는 AI 연구체계와 혁신적인 생태계 조성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마지막 기회다.

김진형 KAIST 전산학·인공지능 명예교수 jkim@KAIS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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